권재일 신임 국립국어원장 “표준어 규정도 현실맞게 융통성”
“(우리말 교육 프로그램 개발 등을 통해) 다문화 가족의 외국인 여성, 탈북자 등 소외 계층이 겪는 소통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방안을 연구하겠습니다.”
13일 취임한 권재일 국립국어원장(56)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앞으로 국어 정책의 핵심은 다문화 가족을 포함해 전 국민의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언어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유인촌 문화부 장관에게서 임명장을 받고 3년 임기를 시작했다.
권 원장은 “1989년에 우렁쉥이라는 표준어 외에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멍게도 ‘복수 표준어’로 채택했다”며 “이후 일부 완화된 부분이 있으나 여전히 복수 표준어를 좀처럼 허용하지 않는 규정을 현실에 맞게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저서의 제목에 ‘상상의 나래’라는 말을 쓰려다 표준어 규정에 어긋나서 나래를 표준어인 날개로 고치기도 했지만 날개와 나래는 엄연히 의미가 다르다고 말했다.
권 원장은 표준어 규정의 폐지와 관련해 “표준어 규정은 앞으로 없어질지 모르지만 아직은 필요한 최소한의 ‘언어 약속’”이라며 “표준어를 위해 방언이 죽어서는 안 되고, 방언은 방언대로 지켜나가야 하기 때문에 어문 규정은 (복수 표준어를 허용하는 방식으로) 개정할 곳이 있다”고 밝혔다. 권 원장은 또 맞춤법이나 외래어 표기법 등 언어 규범이 경직돼 있어 우리말의 어휘 문화가 풍부해지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권 원장은 한자 교육에 대해서도 “지금과 같은 정규 교육 과정에서 가르치는 방식이 바람직하고 교육 시기를 앞당기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라며 “부모가 원하든 아이가 원하든 한자를 빨리 배우고 싶으면 교과 과정 외에서 자유롭게 배우면 된다”고 했다. 그는 학계 일각에서 요구하는 국한문 혼용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다. 한자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들 간에 언어 소통의 단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한자도 알아보기 쉬운 한글로 쓰는 게 낫다는 것이다.
서울대 언어학과 교수인 그는 2003년 국립국어원의 전신인 국립국어연구원 어문규범연구부장을 지냈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