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는 의식주(衣食住)를 ‘식의주’라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먹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북의 식량난은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당시 가장 심각했다. 굶어 죽은 사람이 약 300만 명에 이르렀다니 그 참상을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핵개발로 인한 국제적 고립과 자연재해도 원인이었지만 근본 원인은 정치경제사회 체제의 실패에 있다. 주민들이 남쪽보다 게으르거나 머리가 나쁜 탓이 아니다. 북의 식량난은 유엔과 미국 한국의 원조로 다소 개선되는 듯하다 2007년 이후 다시 악화됐다.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들은 북한 사회의 계층을 식탁에 오르는 음식을 기준으로 상중하로 나눈다. 상류층은 쌀밥에 고기 과일 오징어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는 가정이고, 중산층은 쌀밥을 먹기는 하되 다른 부식은 사기 어려운 가정이다. 하류층은 잡곡을 주로 먹는 가정을 일컫는다. 체제 유지의 주축인 인민군 내에서도 ‘강영실 동무’(강한 영양실조에 걸린 병사)란 말이 유행할 정도다.
▷옥수수나 감자, 국수로 끼니를 잇는 하류층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아침 먹고 점심거리 찾고, 점심 먹고 저녁거리 찾는’ 극빈층이 절반에 가깝다고 한다. 이들의 대표적인 먹을거리는 돼지 사료로나 쓰여야 할 ‘인조고기’다. 두부공장에서 나오는 콩 껍질을 물로 반죽한 다음 국수 만드는 기계로 뺀 것을 그렇게 부른다. ‘고난의 행군’은 1994년 영변 핵시설로 1차 북핵 위기가 조성된 이후 시작됐다. 2006년 핵실험은 2007, 2008년 식량난을 가중시킨 원인으로 꼽힌다.
▷5일의 대포동 2호 로켓 발사에 쏟은 3억 달러는 지난 한 해 식량 부족분 100만 t을 수입할 수 있는 거액이다. 김일성은 생전에 “인민들이 흰쌀밥에 고깃국을 먹으며 비단옷을 입고 기와집에서 살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면 당연히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보다 인민을 먹여 살리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한국에 사는 탈북 청소년들은 쌀밥을 먹을 때 북의 가족들을 생각해 죄의식을 느끼며 눈물을 흘린다”고 보도했다. 진짜로 죄의식을 느껴야 할 사람은 선군(先軍) 강성대국 운운하며 산해진미를 혼자 수입해 먹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아니겠나.
육정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