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과 끝이 한결같기는 쉽지 않다. 농구 코트에서도 한 시대를 풍미하다 소리 없이 사라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확 피었다 금세 사라지는 벚꽃 같은 존재도 많다. 이런 면에서 삼성 이상민(37)은 별종임에 틀림없다.
이상민은 20대 중반의 혈기 왕성하던 1997∼1998시즌 프로에 뛰어들어 현대(현 KCC)를 정상으로 이끌었다. 어느덧 초등학교에 다니는 남매를 둔 30대 후반의 학부형이 된 올 시즌 그는 다시 삼성을 챔피언결정전에 올려놓았다. 2007년 10년 넘게 몸담았던 KCC(전신인 현대 시절 포함)를 떠나 삼성으로 이적해 큰 충격에 빠졌다. 하지만 남다른 노력으로 새 환경에 적응해 지난 시즌에 이어 2년 연속 우승 문턱까지 내달렸다.
조성원과 챔피언결정전 최다 출전 기록(36경기)을 갖고 있는 이상민은 18일부터 시작되는 챔피언결정전을 통해 최다 기록을 갈아 치우게 됐다. 이상민은 또 통산 12시즌을 뛰는 동안 7차례나 챔피언결정전에 올랐다. 우승은 3회. 그럼에도 이상민은 “운이 좋았을 뿐이다. 훌륭한 동료, 선배들과 호흡을 맞춘 덕분”이라고 겸손하게 말한다. 비록 나이는 속일 수 없어 체력 저하와 고질적인 허리 부상으로 출전 시간은 줄었어도 코트에 나서는 순간만큼은 결정적인 3점 슛과 가로채기, 절묘한 어시스트로 분위기를 살렸다. 올 포스트시즌에서 삼성에 패한 LG 강을준,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모두 “상민이의 노련미에 당했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챔피언결정전에 밥 먹듯 출전한 그에게도 올 시즌은 각별하다. 삼성과의 2년 계약이 끝나기에 농구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을 맞게 된다. 삼성 구단에서는 이상민이 1, 2년 더 뛰어주기를 바라고 있다. 전 소속팀 KCC도 여전히 그에 대한 미련이 많아 보인다. 이번에 우승 반지를 끼게 된다면 정상에서 박수 받으며 떠나는 멋진 장면을 상상해 볼 수도 있다. 강산이 한 번 변하고 남을 세월 동안 변함없이 코트를 지키고 있는 이상민. 그는 여전히 최고 스타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