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소설 ‘국가의…’ 펴낸 이응준 씨
급작스레 이뤄진 남한의 흡수통일. 준비 없이 닥쳐온 통일에 ‘남한은 혼돈, 북한은 공포’ 속으로 접어든다. 인민군 가운데 일부는 재래식 무기를 들고 무장 게릴라가 됐고, 북한의 전문직들은 남한의 빌딩 청소부나 유흥업소 접대부로 살아간다. 이응준 작가(사진)의 신작 ‘국가의 사생활’(민음사)은 2011년 남북한이 통일됐다는 과감한 설정에서 출발한다. 이 책은 북한 출신 폭력조직 ‘대동강’을 중심으로 통일 이후의 대한민국을 누아르 영화처럼 그려냈다.
14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레스토랑 벨라지오에서 간담회를 가진 이 씨는 “통일 시점을 공상소설처럼 무작정 멀리 두고 싶지 않았다. 독일 통일도 동서독이 모두 생각지도 못했던 시점에 극적으로 이뤄줬다”며 “우리가 처한 현실을 반영하려면 ‘근미래’라는 설정이 효과적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그는 황당한 이야기로 비치는 것을 피하기 위해 2년여간 자료 조사와 취재에 공을 들였다.
이는 ‘변화’라는 화두로 작품을 써 보고 싶었던 작가의 바람과 맞아떨어졌다. 그는 “북한에서 미사일을 쏴도 우리는 그걸 관념적으로 받아들이고 나 역시 TV에 나오는 북한 군인과 아나운서를 만화 주인공처럼 생각했다”며 “하지만 그들은 특정한 체제와 가치관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이다. 통일 이후 남한 사람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건 미사일이 아니라 내 옆집에 북한 사람들이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작가는 이를 통해 “북한에 대한 편견이나 단편적인 이해를 깨고 싶었다”고 말했다.
파격적인 배경을 제시했지만 통일 이후의 사회라는 거시적 측면에만 초점을 맞추진 않았다. 조직을 둘러싼 다양한 인간 군상과 이들 간의 배신, 음모가 결말의 반전에 이르기까지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블랙유머, 멜로, 추리 등 장르 소설적인 요소도 적절히 활용했다. 그는 “영화적으로 쓰기 위해 노력했다”며 “이 소설이 독자들에게 ‘영화관’처럼 친근히 다가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소설 속에서 그려진 통일 이후 사회의 혼란상은 현재의 우리가 통일에 얼마만큼 준비돼 있는지 되묻는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