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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파트너십 강조하는 덕성여대 지은희 총장

입력 | 2009-04-15 03:00:00


《“지금은 모두 리더십을 강조하지만 곧 파트너십의 시대로 바뀔 거라고 확신합니다. 서로 돕고 나누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으니까요.” 지난달 8대 덕성여대 총장으로 재선임된 지은희 총장을 14일 봄바람이 부는 서울 도봉구 쌍문동 캠퍼스에서 만났다. 그는 “지난 임기 동안에는 화합과 안정을 기반으로 비상할 수 있는 구조를 짜는 데 주력했다”며 “앞으로 4년간은 이 구조가 실제로 작동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열심히 뛰겠다”고 말했다. 》

“亞여성인재 매년 초청 교육… 국제협력 실천”

―총장으로 재취임하면서 글로벌 파트너십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내놓았던데요.

“리더십이 아닌 파트너십을 강조하기 위해 7대 총장 시절에 쓰던 ‘나의 브랜드 파트너’라는 슬로건에 ‘글로벌 파트너’를 추가했습니다. 리더십은 앞서고 뒤서는, 또 지도하고 지도받는 개념이죠. 저는 이 시대에 정말 필요한 것은 대등하게 동행하고 나누는 파트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본인도, 학교도, 국가도 모두 성장할 수 있죠.”

―구체적으로 어떻게 글로벌 파트너십을 육성할 계획인지 궁금합니다.

“대학마다 국제 교류를 강화하고 있는데 너무 선진국 일변도로 흐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우리는 아시아 중심으로 계획을 세워 ‘아시안 장학금 파트너십’을 만들었습니다. 매년 10명의 우수한 아시아 여성 인재를 전액 장학금을 주고 데려오는 것이죠. 우리나라가 이만큼 성장했으니 나눈다는 의미도 있고, 우리 학생들이 그들과 함께 공부하면서 국제적인 협력을 배우도록 하려고 합니다.”

―대부분 대학이 연구중심대학에 치중하는 것과는 달리 덕성여대를 교육중심대학으로 성장시키겠다는 의지를 갖고 계신데 이유가 궁금합니다.

“우리는 학부중심대학으로 출발했습니다. 전체 정원이 6000명 정도인데 대학원생은 500명 정도이니 학부의 비중이 절대적입니다. 대학 진학률이 84%나 되는 시대에 모든 대학이 연구중심대학, 대학원중심대학이 되겠다고 하는 것은 옳지 않아요. 대학을 졸업하고 곧바로 취업을 해야 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이죠. 우리 대학은 졸업생의 90% 정도가 바로 취업을 원하니까 교육 과정도 그에 맞춰야 합니다. 한국 전체의 구조를 봐도 우리처럼 교육중심대학들이 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하지만 산업계에서는 대학들이 현장과 동떨어진 교육을 한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산업계의 의견을 대학들이 물론 수렴해야 합니다. 덕성여대는 기존의 취업지원실을 확대해 종합인력개발원을 만들었습니다. 신입생이 들어오자마자 적성검사를 해 어떤 직업군이 맞는지 알아보고, 다양한 로드맵을 제시해 지속적으로 경력 개발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필요한 능력을 대학이 가르쳐주는 거죠. 3, 4학년 학생은 인턴 지원 예산을 늘려서 현장 학습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전문 인력을 양성해야 하니까 각 전공마다 인증제를 도입해서 능력을 갖추지 않으면 졸업을 시키지 않습니다. 2년 전부터 대부분 대학의 취업률이 떨어지고 있지만 우리는 반대로 취업률이 꾸준히 오르고 있습니다.”

―졸업생들이 어떤 모습으로 사회에 진출하기를 바라는지요.

“교육은 전문성과 인성이 겸비돼야 합니다. 머리도 좋고 지식도 가득한데 자기만 아는 사람은 기업과 사회가 원하는 인재가 될 수 없어요. 우리는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봉사활동을 전통으로 삼고 있습니다. 사회봉사를 아예 학점화했죠. 또 1967년에 세미나식 교육을 도입했습니다. 학생들이 15∼20명 정도로 나뉘어 토론, 대화, 글쓰기를 하는 소수 교육 방식인데 국내 대학 중 가장 빠르죠. 예산이 엄청 들지만 인성과 기초실력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되는 방식입니다.”

―많은 대학이 올해 등록금을 동결했지만 여전히 학부모와 학생들의 고통이 큽니다.

“덕성여대는 서울에서 등록금이 가장 싼 대학입니다. 재단 전입금이 많고 기금도 어느 정도 있어서 등록금 의존율이 낮은 편이죠. 하지만 등록금 문제를 대학 스스로만 풀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립대 비율이 80%나 되지 않습니까. 정부가 국립 사립을 따질 것이 아니라 학생들을 보고 재정 지원을 해야죠. 학교가 아닌 학생을 지원한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고등교육 지원 예산인 1.1% 정도라도 사립대에 지원을 해야 합니다.”

―혹시 학생들 사이에선 대학이 적립금을 쌓아놓고 등록금을 올린다는 불만이 있지 않습니까.

“적립금 부분에 대해서 이중적인 시각을 가진 이들이 많습니다. 미국 하버드대나 예일대가 안정적이라며 부러워하는 이들이 많은데 결국 그것도 적립금이 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우리나라 대학의 적립금은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이 많습니다. 안정적인 적립금이 없으면 건물 신축이나 교수 확보 등 변수가 있을 때마다 결국 등록금을 15%, 20%씩 올리는 사태가 생깁니다. 적립금을 적절히 보유하고 목적별로 잘 사용해야 학교가 계속 발전할 수 있습니다.”

지 총장은 등록금 동결로 사정은 어렵지만 장학금만큼은 계속 높이겠다고 밝혔다. 현재 33% 수준인 장학금 수혜율을 2012년에는 50%까지 높이겠다고 했다.

―우수 학생들을 선발하기 위한 대학들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덕성여대는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요.

“저는 최근 대학들이 도입을 확대하고 있는 입학사정관제에 약간 부정적입니다. 지금도 자율성만 확보되면 대학이 좋은 인재를 뽑을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습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과 내신을 관리하기 위해 정부가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쏟고 있는데 이를 무시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또 우리 대학이 원하는 인재는 각 해당 학과의 교수들이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입학사정관 선발의 정확성을 담보하기도 어렵고, 또 입학사정관들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했을 때 비용 대비 효율성도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우리는 지금처럼 수능과 내신을 기본으로 하고 학과마다 자율성을 가미해 학생을 선발할 생각입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지은희 총장:

-1969년 이화여대 사회학과 졸업

-1983년 여성평우회 공동대표

-1998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공동대표

-1999∼2002년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2003∼2005년 여성부 장관

-2006년 2월∼덕성여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