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편 따라 정기적으로 해야
50대의 투자자가 주식형 펀드 50%, 채권형 펀드 40%, 종합자산관리계좌(CMA) 10%의 포트폴리오를 짜서 투자를 하고 6개월에 한 번씩 재조정을 한다고 가정합시다. 6개월 동안에 주가가 올라 주식형 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늘었다면 늘어난 만큼의 비중을 줄여 채권형 펀드와 CMA로 옮깁니다. 또 주가가 떨어져 주식형의 비중이 줄면 채권형 펀드와 CMA의 비중을 줄여 주식형 펀드로 옮깁니다.
이런 식으로 몇 년이 지나면 재산상태나 가족상황 등 투자자의 형편에 변화가 생길 수 있습니다. 유산상속으로 생각지 않았던 재산이 생길 수도 있고 직장이 바뀌면서 월급이 늘거나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1년 후에 집을 살 계획이 생기거나 자녀 결혼으로 목돈이 필요하게 될 수도 있지요. 경제적인 상황뿐만이 아닙니다. 나이가 들면서 투자기간이 줄어드는 것도 커다란 형편의 변화입니다. 가령 50대였던 투자자가 60세가 돼 정년퇴직을 했다면 50%의 주식형 펀드 비중은 리스크가 큰 포트폴리오가 됩니다. 60대의 퇴직자에게 맞는 보수적인 포트폴리오, 예를 들어 주식형 펀드는 40%로 줄이고 채권형 펀드와 CMA 비중을 60%로 늘리는 식의 포트폴리오로 바꿔야 합니다. 이렇게 투자자의 형편에 따라 그에 맞도록 포트폴리오의 배분비율 자체를 바꾸는 것을 ‘포트폴리오의 재배분’이라고 합니다.
포트폴리오의 재배분은 재조정에 비해 고려해야 할 요소도 많고 시간도 많이 걸리는 작업입니다. 따라서 너무 자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몇 년에 한 번씩 자신의 리스크 허용도를 측정하고 형편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면 됩니다. 선진 증시의 투자자들은 이런 방식으로 5년, 10년 장기투자를 합니다. 오랜 경험을 통해 단기 시황 전망을 근거로 자주 사고파는 것보다 결과적으로는 이 방식으로 훨씬 더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죠.
올해 들어 3월 위기설 등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많은 투자자들이 주식이나 주식형 펀드를 팔아버렸습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평균 주가는 연중 최저치 대비 30% 이상 상승했습니다. 단기 시황전망에 따라 투자를 해서 성공하기가 얼마나 힘든가를 단적으로 말해주는 겁니다.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자신의 형편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짜서 투자를 하고, 그 포트폴리오를 정기적으로 재조정, 재배분하는 투자방식이 하루 빨리 정착됐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장
정리=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