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게 대신 현미경”
■ 경북농민사관학교 버섯 마이스터 수업현장
“새로운 버섯 품종을 개발하기 위한 첫 단추는 현미경입니다. 현미경을 만져 보면서 하나씩 배우도록 하겠습니다.”
14일 오후 9시 대구 북구 산격동 경북대 농업생명과학대 건물 220호. 캠퍼스 내 대부분의 건물에는 불이 꺼져 있지만 이곳에는 경북지역에서 버섯을 재배하는 농민 38명이 모여 현미경에 대해 배우고 있었다. 농민들은 이날 오후 4시부터 10시까지 교육을 받았다. 매주 화요일 열리는 교육이 오후에 시작되는 이유는 오전에는 버섯농사를 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을 지도하는 경북대 응용생명과학부 정희영 교수(38)는 “현미경은 예민한 장비니까 조심해서 다뤄야 한다”며 현미경의 구조와 기능을 설명했다. 농민들은 지난달 초 개강한 ‘경북농민사관학교 버섯 마이스터대학’의 신입생이다. 최고의 버섯 전문가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8학기 4년 과정이라는 만만찮은 ‘주경야독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이다. 나이도 20대부터 50대까지, 버섯농사도 막 시작한 사람부터 20년 이상 해 온 농민까지 다양하지만 ‘버섯 명장(마이스터)’이 되고 싶은 마음은 똑같다. 경북 성주군 선남면 도흥리에서 표고버섯과 노루궁댕이버섯을 4년째 재배 중인 김명식(43), 최연희 씨(41·여) 부부는 “그저 해 오던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버섯 종균(種菌)을 만들어 보고 싶다”며 “태어나서 처음으로 현미경을 만지지만 버섯농사에 중요하다는 것을 이제야 느낀다”고 말했다.
일본 도쿄대에서 연구한 정 교수는 “표고나 느타리, 양송이 등 국내에서 주로 재배하는 대여섯 가지 버섯은 대부분 일본의 종균을 가져온 것”이라며 “버섯은 항암기능을 강화하는 식으로 다양하게 품종 개량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농가에서도 단순 재배를 벗어나 연구능력을 키우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버섯은 곰팡이라 현미경은 버섯 재배농가의 필수 장비라고 강조했다. 일본의 경우 식용 버섯은 20여 가지. 교육생 가운데 막내인 김정훈 씨(25·김천시 조마면 강곡리)는 지난해 3월까지 대기업에 2년간 다니다 버섯농사를 시작한 경우. 김 씨는 “농촌이 잘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늘 했다”며 “이제 출발점에 섰지만 머지않아 버섯 전문가가 돼 농촌을 살리는 데 작은 씨앗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2007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작된 경북농민사관학교는 지난해까지 2213명이 수료했다. 올해(3기)는 1134명 모집에 1400여 명이 지원할 정도로 농민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들은 33개 과정을 짧게는 2∼3개월, 길게는 4년까지 대구와 경북의 15개 대학과 농업기술원 등에서 ‘사관생도’로서 훈련받는다.
지난달 5일 군위군에서 열린 개강식에서는 경북농민사관학교를 마친 농민들이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고 있는 사례를 발표해 신입생들을 흥분시켰다.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경북도 FTA농축산대책과 김종수 과장은 “2016년까지 배출될 1만5000명의 사관생도는 경북을 넘어 한국 농업을 이끄는 전문가 군단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