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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茶…그 천년의 향기속으로

입력 | 2009-04-16 07:40:00


하동으로 떠나는 녹차 여행

‘왕의 녹차’는 과연 어떤 맛일까.

맛을 찾아 떠나는 여행은 언제나 기분 좋은 설렘을 선사한다. 서울 부산 등 대도시에서는 돈만 있으면 쉽게 원하는 음식을 먹을 수 있긴 하지만, 그 음식의 발상지를 찾아가 먹는 맛은 분위기가 더해져 남다르기 때문이다. 녹차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경남 하동으로 떠나는 여행은 의미 있는 경험이 될 터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차를 심어 재배한 차 시배지가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야생의 느낌이 살아 있는 차 시배지

지리산 자락 쌍계사 입구에는 신라견당사 김대렴공 차시배추원비가 세워져 있다. 이 곳이 바로 차 시배지 임을 설명한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당나라 사신으로 간 김대렴공이 당의 문종왕에게 선물로 받은 차종을 갖고 와 신라 흥덕왕에게 바쳤고, 이를 지리산에 심은 게 하동에 차나무가 자란 유래다. 그런데 하동에는 원래부터 자생 차나무가 있었다는 설도 있다.

쌍계사 인근 화개면 차문화센터로 가면 이에 대한 스토리를 알 수 있다. 전남 보성의 예쁘게 정돈된 녹차 밭을 본 사람이라면 시배지의 다소 거친 풍경에 어색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일일이 손 수확하고 자연과 보다 가까운 느낌에 더 정이 갈지 모른다.

○왕을 반하게 한 녹차

차문화센터에서는 하동 녹차를 맛보고, 다도를 배우는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이 곳의 차는 ‘왕의 녹차’로 불린다. “조선 시대 왕이 즐겨 먹던 녹차라서 이 같은 별명을 붙였다”는 게 이종기 경남문화관광해설사의 설명. 녹차는 잎을 딴 시기에 따라 5등급으로 나눈다.

가장 최상급으로 치는 우전은 4월 20일 이전 아직 싹이 트지 않은 어린잎을 따서 만들고, 6월까지 차례로 세작, 중작, 대작, 말작을 만든다. 이후 차밭을 싹 정리한 뒤 나는 잎을 티백용 녹차로 쓰는데 많게는 4∼5차례까지 만든다. 우전차를 맛봤다. 은은한 향과 부드러운 맛이 인상적이다.

대작이나 말작으로 갈수록 탄닌이 강해 떫은 맛이 세진다는데 우전에서는 전혀 떫은 느낌을 찾을 수 없다. 이래서 왕이 반했나 보다.

○‘토지’의 무대 최참판댁과 화개장터

하동까지 내려 왔으면 반드시 둘러봐야 할 곳이 악양면에 위치한 최참판댁과 화개면에 있는 화개장터다. 소설 ‘토지’의 무대가 돼 유명해진 최참판댁은 연간 100만명의 관람객이 다녀갈 정도로 인기다. 흥미로운 점을 하나 발견했다.

대문을 열고 행랑채를 거쳐 안채까지 이르는 문이 일직선으로 돼 있지 않은 점. 이종기 경남문화관광해설사는 “손님은 안주인을 볼 수 없지만 안주인은 드나드는 사람을 볼 수 있도록 이렇게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화개마을의 화개장터도 조영남의 동명 노래 ‘화개장터’로 유명세를 탔다. 원래 화개장터는 5일장이였으나 노래가 인기를 얻고 구경하러 오는 여행객이 몰리면서 상설 운영되고 있다.

하동 | 이길상 기자juna1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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