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꿈 이뤘어요”지게차 기사로 취업에 성공한 채희주 씨(왼쪽 사진)와 미용비누 제조업체에 취업한 주부 직원들이 일터에서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이들은 노동부의 공공고용서비스를 통해 취업의 꿈을 이뤘다. 홍진환 기자 ·박영철 기자
“고용센터 도움으로 취업했어요”
노동부 공공고용서비스 통해 지난달 6만2648건 구직
《동아일보는 더 많은 사람에게 좀 더 나은 일자리를 찾아 주기 위해 노동부 등 관련 기관과 손잡고 ‘2009 함께하는 희망 찾기-일자리가 살길이다’ 범국민 캠페인을 3월부터 시작했다. 시행 한 달여가 지난 현재 곳곳에서 크고 작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노동부의 공공고용서비스를 통한 취업이 증가하고 있고, 취약 계층에 일자리를 내주는 사회적 기업도 하나 둘씩 늘고 있다. 이 같은 사회적 노력은 중국 등 해외에까지 퍼지고 있다. 무엇보다 “일할 수 있어 기쁘다”는 우리 이웃들의 웃음이 커졌다. 더 많은 사람이 웃을 수 있도록 사회 전체의 노력이 계속되길 기대해 본다.》
“나이 들어 취업하기가 얼마나 어렵겠어요. 더구나 여자가….” 30대 후반이 지나 일자리를 찾는 여성들이 털어놓는 공통된 하소연이다.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여성가장 채희주 씨(38)도 일자리 탓에 오랫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다. 생활정보지를 뒤져 대리운전 아르바이트를 하다 제대로 된 직장을 가져볼 요량으로 대형 운전면허와 굴착기, 지게차 면허 등을 따며 취업을 준비했다.
“남자들이 하는 일을 해야 돈을 벌겠더라고요. 그래서 중장비 면허를 땄는데, 여자라는 이유 때문에 면허증이 무용지물이었습니다.” 채 씨는 면허증을 들고 직업소개소를 찾아다녔지만 번번이 딱지를 맞았다. 소개료로 웃돈을 요구하는 곳도 많았다. 우여곡절 끝에 찾게 된 곳이 노동부의 취업포털 워크넷(www.work.go.kr)이다. 채 씨는 지난달 면접에 합격해 현재 인천의 한 회사에서 지게차 기사로 일하고 있다.
며칠 전 첫 월급을 받은 채 씨는 “노동부의 도움을 톡톡히 받았다”며 기뻐했다. 그는 “자리를 구하러 다닐 때마다 면박당하기 일쑤였는데, 이번에는 고용지원센터 상담원이 면접까지 동행해 적극적으로 추천을 해줬다. 회사에서도 노동부를 믿겠다며 그 자리에서 선뜻 채용해줬다”고 고마워했다.
일자리 부족으로 젊은이들도 직장을 찾지 못하는 요즘, 30대 중반을 넘어선 여성들이 취직을 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렵다. 하지만 채 씨처럼 공공고용서비스를 통하면 길을 찾을 수 있다.
본보와 노동부는 3월부터 공동 캠페인을 통해 구인-구직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있다. 그 결과 고용지원센터와 워크넷 등 공공고용서비스를 통한 취업 건수가 3월 한 달 6만2648건으로 2월에 비해 18.8% 늘었고, 4월에도 증가세는 계속되고 있다. 특히 남녀 취업 비율이 6 대 4 정도로 여성이 높다. 중년 여성에게는 더없는 구직 창구라는 얘기다.
아이 셋을 홀로 키우는 이민희 씨(41)도 고용지원센터를 통해 3월에 직장을 갖게 됐다. 역시 시작은 쉽지 않았다. “결혼 전 건설회사에서 사무직으로 일하면서 컴퓨터 관련 자격증을 여럿 따두었는데, 재취업을 하려니 자리가 없었다”는 이 씨. 결혼과 함께 직장을 그만뒀다가 오래지 않아 혼자가 된 그는 슈퍼마켓과 비디오가게, 식당 등을 직접 운영해봤지만 여의치 않아 모두 접었다.
그런 그에게 돌아오는 일자리는 식당 일뿐이었다. “우연히 고용지원센터를 찾아갔는데 상담을 하면서 제 상황에 맞는 일을 소개받았죠.” 그렇게 찾게 된 곳이 이 씨의 집에서 10분 남짓한 거리에 있는 비누공방이다. 규모는 작지만 해외에 수출까지 하는 광주 지역의 중견 기업이다. 김 씨는 “주 5일, 8시간 근무에 집도 가까워 퇴근 무렵엔 학교에서 돌아오는 아이들을 챙길 수 있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부산에 사는 김희주 씨(36)는 한식 조리사 자격증을 살려 지난달 어린이집 조리사로 취업했다. “아줌마한테는 마땅한 일자리가 없더라고요. 식당 일과 카드 영업 아르바이트를 하다 고용지원센터의 문을 두드렸죠. 나라에서 하니 믿을 수 있겠다 싶었죠.” 그 믿음대로 김 씨는 10여 일만에 일자리를 구했다. “매일 아이 50여 명에게 식사와 간식을 챙겨주고 있어요. 식단을 짜는 것도 제 몫이죠. 경험을 살려서 제법 규모가 큰 식품회사에 취업할 꿈도 갖게 됐어요.” 김 씨는 이렇게 말하면서 함박웃음을 지었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