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6시간 동안 머물러노무현 전 대통령 측에 건네진 ‘600만 달러’의 사용처에 대한 대검 중수부의 조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16일 오전 9시 20분경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노 전 대통령의 사저를 방문한 문재인 전 대통령비서실장(오른쪽)이 오후 3시 10분경 김경수 비서관과 이야기를 나누며 사저를 나서고 있다. 김해=김재명 기자
아들과 처남 공동투자 했는데 盧는 정말 몰랐을까
박연차 ‘꼼꼼한 진술’ vs 盧 “증거대라” 진실게임
문재인 前실장, 봉하마을 방문… 盧소환 대책 협의?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 조사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8개월 시차를 두고 노 전 대통령 측에 건넸다고 진술한 100만 달러와 500만 달러의 용처 추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검찰은 16일 노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 씨를 세 번째로 불러 2008년 2월 말 박 회장의 홍콩 계좌에서 빠져나간 500만 달러의 투자 경로를 조사했다.
▽용처 추적 결과는?=500만 달러의 용처 수사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노 전 대통령 측은 조카사위 연철호 씨가 받은 정상적인 투자금이라며 노건호 씨는 아예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나 500만 달러의 투자 경로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노 씨는 물론이고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의 동생인 권기문 전 우리은행 주택금융사업단장까지 등장했다.
무엇보다 검찰은 노 씨가 500만 달러의 투자 문제를 사실상 결정했거나 투자금의 운용을 주도했다고 볼 정황이 확인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노 씨가 대주주였던 ‘엘리쉬앤파트너스’가 수억 원을 권 씨의 회사에 투자한 사실은 노 전 대통령 부부를 비롯한 친인척들이 500만 달러의 존재와 투자 문제 등을 서로 알고 있었을 가능성까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홍만표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은 16일 “아들이 사용한 것을 아버지가 몰랐겠느냐는 상식에 관한 것을 정황으로 찾아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이 정상문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에 대해 9일 청구했던 구속영장에서 노 전 대통령과의 공범으로 규정했던 ‘뇌물’ 100만 달러의 용처는 별 진전 없이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상태다. 노 전 대통령 부부가 2007년 6월 말 100만 달러를 건네받은 직후 과테말라 방문을 위해 미국 시애틀을 경유했을 때 아들 노건호 씨에게 이를 유학자금으로 건넸다는 의혹은 확인되지 않았다. 100만 달러가 정 전 비서관에 의해 청와대 관저까지 건네졌다는 것 이상으로 박 회장 진술을 뒷받침할 만한 다른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셈이다.
검찰은 당시 관저에서 100만 달러를 직접 건네받은 사람이 노 전 대통령인지, 권 여사인지를 파악하려 했으나 청와대 관저에는 폐쇄회로(CC)TV 기록 등이 남아 있지 않아 이 역시 확인하지 못했다. 노 전 대통령 측은 “100만 달러는 모두 국내에서 사용했고 유학자금 등으로 해외에 반출된 적이 없다”며 ‘시애틀에서의 유학자금 전달’ 의혹을 일축하고 있다.
▽왜 용처 추적에 집중할까=그렇다면 검찰은 왜 600만 달러의 용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을까. 노 전 대통령이 600만 달러를 받았다는 혐의는 박 회장이 돈을 건넸다는 진술과 실제로 돈이 건네진 것만 확인되면 입증이 가능하다. 100만 달러와 500만 달러가 각각 건네진 시기와 구체적인 경위에 대해서는 박 회장이 자세하게 진술했다. 100만 달러는 노 전 대통령 측도 “권 여사가 받았다”는 것까지는 인정하고 있고 500만 달러는 노건호 씨가 관여한 흔적이 상당 부분 드러난 상태다.
우선 검찰은 전직 대통령을 기소할 경우 법정에서 공소사실을 유지하기 위해선 진술과 증거가 많을수록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검찰 쪽에서는 이번 사건에서 무엇보다 박 회장의 진술을 가장 결정적인 증거로 보고 있다. 그러나 진술은 언제라도 바뀔 수 있고 상대방에 의해 허점이 드러날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박 회장의 진술이 지나치게 구체적이고 방대해 검찰에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만일 법정에서 노 전 대통령 측과 공방을 벌이는 과정에서 박 회장의 진술이 한군데라도 무너지게 되면 박 회장의 진술 전반이 신빙성을 의심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중요한 것은 증거다. 박 회장은 내가 아는 것과 다른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사실이라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박 회장의 진술을 무너뜨리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뜻을 밝혔다. 검찰로서는 박 회장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는 광범위한 정황 증거를 확보하는 게 급선무다. 용처 추적에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한편 문재인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16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의 노 전 대통령 사저를 방문해 6시간가량 머문 뒤 떠났다. 다음 주로 예상되는 노 전 대통령 소환 조사와 검찰 수사 진행상황을 놓고 깊은 대화를 나눴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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