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2, 3위 업체 합병 추진… 직원들 전환 배치
일본 대기업들이 합병으로 덩치를 키우거나 유망 분야에 인력을 집중 배치하는 등 불황에 살아남기 위해 모든 힘을 다 쏟고 있다.
일본 반도체업계 2위인 르네사스 테크놀로지와 3위인 NEC일렉트로닉스가 합병할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6일 보도했다. 이들 기업은 이달 중 합의를 목표로 통합형태와 출자비율 등 합병조건을 막판 조율하고 있다. 두 기업이 뭉치면 매출액 128억 달러로 도시바를 제치고 일본 최대의 반도체 기업이 된다. 세계적으로는 인텔과 삼성전자에 이어 3위로 도약한다.
이들 기업은 디지털 가전 등의 두뇌에 해당하는 마이콘과 시스템LSI가 주력 제품이다. 특히 마이콘은 르네사스가 세계시장 점유율 20%로 1위, NEC일렉트로닉스가 11%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실적 악화와 투자 부담을 견디지 못한 반도체 업체의 도태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양사는 그동안 생존을 위한 통합을 모색해 왔다. 지난해 르네사스는 2060억 엔, NEC일렉트로닉스는 650억 엔의 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져 독자생존이 힘든 것으로 전망됐다. 이 밖에 일본 유일의 D램 회사인 엘피다도 대만 기업과의 제휴를 추진하고 있어 세계 반도체업계의 재편은 더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대기업들은 채산성이 낮은 부문의 인력을 빼내 환경, 신에너지 등 유망 분야에 집중 투입하는 등 기업재편에 적극 나서고 있다. 샤프는 전략분야로 선정한 태양전지 등에 1700명을 전환 배치한다. 도시바는 부진한 반도체 인력 1100명을 플래시메모리 쪽으로 돌리고, 후지쓰도 반도체에서 2000명을 빼내 다른 성장분야에 투입할 계획이다. 도요타자동차는 하이브리드 전용전지를 생산하는 자회사에 수십 명을 파견하기로 했다. 히타치, 요코가와전기, 파이오니아 등도 100∼200명의 인력을 사내 유망 분야에 전환 배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환 배치는 잉여인력을 내보내지 않고 고용을 유지하려는 정부 정책과도 맞아떨어져 정부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다만 전환배치로 인해 먼 곳으로 전근을 가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새로운 업무에 대한 재교육을 받아야 하는 등 근로자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