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로이스터 4월 명암
야구엔 ‘민족성’이 묻어난다. 미국 메이저리그는 팀당 162경기를 치르기에 결코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야구 스타일뿐 아니라 마인드도 스케일이 커서 과거에 연연하지 않는다. 반면 일본은 상황이 어떻든 간에 묵묵히 자기 할 바를 다해가며 시즌을 완주한다.
이에 비해 한국은 분위기를 심하게 타는 편이다. ‘신명의 민족’답게 흐름을 타면 걷잡을 수 없지만 침체될 땐 확 가라앉는다. 그래서 한국 프로야구 감독들은 감각적으로 4월의 비중을 체득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기이하게도 현역 사령탑 중 가장 4월을 중시하는 SK 김성근 감독과 가장 4월에 무게를 두지 않는 롯데 로이스터 감독의 말이 일치하고 있다. 그러나 그 속내는 하늘과 땅 차이다.
○김성근, ‘4월은 고난의 행군’
지난 2년과 대비할 때 김 감독의 4월 플랜은 어긋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특히 무승부를 사실상 패배 처리하는 순위 제도에 발목이 잡혔다. 15일까지 2무 팀은 SK가 유일하다.
15일 LG전을 12회 무승부로 끝낸 뒤엔 인터뷰조차 하지 않고 떠났을 정도로 심기가 불편하다.
김 감독은 이호준-박재홍 등 베테랑 타자의 침체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그러나 전과 달리 대체재가 없다.
김강민은 5월 말에나 복귀 예정이다. 우완불펜도 빈약한데 윤길현-조웅천도 5월 이후를 기대해야 될 판이다. “총체적 난국”이란 체념적 언사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로이스터, ‘4월은 도움닫기’
오히려 SK보다 패배가 많은 롯데 로이스터 감독은 태평하다. 이제 10여경기 했을 뿐인데 웬 호들갑이냐는 태도다. 선수들의 저력을 믿기에 10연승도 할 수 있다고 했다. “성적이 아니라 어떤 야구를 하느냐”가 중요한 시점이라는 시각이다.
일례로 잔뜩 날씨가 흐렸던 15일, 롯데의 흐름이 안 좋기에 경기 취소를 원하지 않느냐고 묻자 역으로 “하는 편이 좋다”고 단언했다. 컨디션을 올리려면 “흐름을 타고 가야 된다”고 봤다. 심지어 4월도 스프링캠프라는 말까지 했다.
그래선지 제1선발 손민한의 복귀를 서두르지 않는다. 타선 침체에도 동요하지 않는다. 초반 페이스가 엇나가도 롯데 선수단이 동요하지 않는 근본적 이유다.
사직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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