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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기타]걷자, 걷자꾸나!… 우리땅 구석구석 누비기

입력 | 2009-04-18 02:58:00


◇길 위에서 놀다/김화성 지음/305쪽·1만3800원·동아일보사

“길은 나무늘보처럼 천천히 걷는 게 맛있다. 제주사람들이 말하는 ‘간세다리(게으름뱅이)’처럼 해찰하며 걸어야 깨소금 맛이다. ‘재기재기(빨리빨리)’ 걸으면 마음이 뜬다. ‘꼬닥꼬닥(뚜벅뚜벅보다 조금 느리게)’ 아니면 ‘늘짝늘짝(느릿느릿)’ 가다 보면 바다 같은 평화가 온다….”

맞다. 길은 이렇게 걸어야 맛이다. 사람의 몸은 원래 딱딱한 콘크리트 바닥이 아닌 부드럽고 울퉁불퉁한 땅에서 잘 걷게끔 만들어졌다. 인류학자 마빈 해리스도 말하지 않았던가. “태초에 발이 있었다”고.

이 책은 걷기를 주제로 한 국내 여행서다. 동아일보 전문기자인 저자가 2007년부터 2년간 동아일보 위크엔드에 연재했던 글을 묶었다. 제주도 올레길부터 전남 강진군 육십리 해안길, 경남 통영시의 미륵산 길 등 걷기에 좋은 아름다운 우리 길의 풍경들이 ‘곰삭은 홍어 맛’이 나는 글에 실려 펼쳐진다. 걷기 코스 지도와 인근의 먹을거리, 볼거리 정보도 곁들였다.

책을 읽으면 당장 운동화로 갈아 신고 밖으로 나가고 싶어진다. 그 옛날, 박제가가 노래했듯이. “하늘은 마침 푸르고도 넓어라/오늘은 산책하기에 좋은 날/흰구름 바라만 봐도 배부르고/거닐면서 읊조리니 노래가 되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