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씨름협회장 자리를 놓고 둘로 갈라진 씨름계가 급기야 회장을 따로 뽑는 지경에 이르렀다. 17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한씨름협회 임시대의원 총회에서 남병주 대학씨름연맹 회장이 단독 출마했다. 참석한 대의원 10명은 만장일치로 남 회장을 38대 회장으로 선출했다. 이날 총회는 대한체육회가 승인한 총회로 절차상 하자는 없다.
하지만 속사정은 복잡하다. 신임 회장 선출을 위한 대의원 총회가 처음 열린 건 1월 23일. 37대 회장인 최창식 전 회장과 남 회장 등이 출마했다. 최 전 회장은 회장 출마 관련 협회 조항을 들어 “남 회장은 후보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결국 최 전 회장은 단독 출마해 38대 회장으로 투표 없이 당선됐다. 하지만 대한체육회는 2월 남 회장이 후보 자격이 있다고 판단해 총회를 다시 열어 회장을 뽑아야 한다고 밝혔다. 최 전 회장 측은 이에 반발해 1월 총회 결과를 인정받기 위한 ‘지위 존재 확인 소송’을 낸 상태다.
논란이 거듭된 끝에 지난달 24일 임시 총회가 열렸지만 또다시 욕설과 몸싸움이 난무하며 결론을 내지 못했다. 16일 용인실내체육관에서는 최 전 회장을 지지하는 대의원 11명이 모여 최 전 회장을 신임 회장으로 다시 선출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대한체육회는 이를 승인하지 않았다. 최 전 회장 측은 남 회장이 당선된 17일 총회에 대해서도 무효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새 씨름 수장 선출은 지루한 법정 다툼이 예상된다. 이태현과 김경수가 돌아왔고 한국 주도로 창설된 세계씨름연맹은 씨름의 세계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씨름계의 속내는 모래알처럼 흩어진 모양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