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명동의 옛 국립극장이 과거 모습으로 복원되고 새로 단장돼 명동예술극장으로 다시 태어난다. 6월에 첫 작품으로 ‘맹진사댁 경사’의 막을 올릴 예정이다.
1934년 세워진 바로크양식의 명동 국립극장은 1950, 60년대 한국 공연예술의 중심지였을 뿐만 아니라 명동을 예술과 문화의 거리로 만든 상징적 건물이었다. 요샛말로 하자면 랜드마크 건물이었던 셈이다.
‘명동백작’이라는 애칭을 지닌 소설가 이봉구 씨의 장편수필집 ‘명동백작’에 따르면 그 당시 명동은 음악 미술 문학 연극 등 모든 문화 예술인의 활동 무대였고 그 중심에 명동 국립극장이 자리 잡고 있었다. 1973년 남산으로 국립극장이 신축 이전하자 명동 국립극장은 폐쇄됐고 금융회사 영업점이 되고 말았다. 그러자 문화 예술의 중심지라는 명동의 명성도 사라지게 됐다.
미국 뉴욕 맨해튼에 마천루와 호화로운 백화점, 상가 등 명품 거리만 있고 메트로폴리탄미술관, 구겐하임미술관 그리고 브로드웨이의 공연장이 없었다면 뉴욕의 매력은 반감되고 어느 때고 세계 제1의 도시라는 위상을 다른 곳에 빼앗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위기에 처한 명동을 살리기 위한 움직임이 나타났다. 바로 1982년에 김장환 회장을 중심으로 출범한 명동상가번영회다. 젊은 시절부터 문화 예술인과 교분을 쌓은 김 회장은 ‘명동의 낭만을 되찾자’란 슬로건을 내걸고 명동예술극장을 복원하기 위한 운동을 본격화했다. 정치권, 문화계, 정부 관련 부처 주요 인사들의 지원을 받아 2003년 정부예산 395억 원으로 명동예술극장을 매입했다. 당시 감정가격은 정부예산의 2배가 넘는 840억 원이었다. 그러나 당초 감정가격 840억 원에서 8회 유찰돼 정부예산 내인 395억 원에 수의 계약을 할 수 있게 됐다. 이 과정에는 명동 부동산중개인과 상인들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다고 한다.
바로 이것이 부동산 시장에서 말하는 장소마케팅, 문화마케팅이 성공한 사례다.
명동의 낭만을 되찾기 위해선 또 하나의 고비를 넘어야 한다. 명동 한가운데 있던 제일백화점 자리(현 M플라자)에는 1653m²(약 500평) 정도의 자그마한 공원이 있었다. 유명한 음악 감상실인 돌체와 에덴다방 바로 앞이었다. 이 공원을 되찾아 시민의 품으로 돌려줘야 한다. 잔디도 깔고 가로등과 조명도 설치해 야간에도 운영되는 공원 겸 소광장으로 복원한다면 아마도 한국 제일의 명소가 될 것이며 명동의 낭만은 넘칠 것이다. 명동 전체의 상권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선 일본에서 이미 성공적으로 적용한 바 있는 ‘공중권(空中權·air rights)’ 개념을 도입하면 좋을 것이다. 공중권은 토지 상부 공간에 대한 소유권으로 특정 토지의 공중권을 사면 건물을 더 높이 지을 수 있다. 명동지구를 특별지구단위지역으로 만들어 잉여 공중권을 다른 지구에 매각하면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방 주 부동산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