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전국구간마라톤대회에 출전한 고교 선수들이 백제큰길을 따라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순심고는 4연패를 노리던 충북체고를 제치고 첫 정상에 올랐다. 공주=이훈구 기자
19일 충남 공주에서 열린 전국구간마라톤대회에 참가한 ‘부자(父子) 마라토너’ 조대연 씨(오른쪽)와 조용원(순심고). 공주=이훈구 기자
전국구간마라톤 조대연-용원 父子눈길
“아빠 따라 달리다 아예 선수로 나섰어요”
“너희 팀(순심고)은 분명히 우승할 거야. 넌 구간 신기록으로 1등할 거고. 난 우리 아들 믿어.”
말은 그렇게 했지만 아들을 보는 아버지의 가슴은 떨렸다. 출발 총성이 울리고 13명의 고교생은 운동장을 한 바퀴 돈 후 트랙을 벗어났다. 운동장을 빠져나가는 순간 가장 앞선 이는 아들이었다. 아버지는 그제야 마음을 가라앉히고 출발선에 섰다. 아들이 뛰어간 길을 따라 뛰었다. 직선 도로에 들어서자 저 멀리 아들이 보였다. 여전히 1등이었다.
19일 충남 공주에서 열린 전국구간마라톤대회에서 부자(父子) 참가자가 눈길을 끌었다. 조대연(50·마산 3·15마라톤), 조용원(17·순심고) 부자. 42.195km를 6구간으로 나눠 달리는 이 대회에서 둘은 소속 팀의 1구간(7.4km) 주자로 나섰다. 아버지의 예언대로 아들은 구간 신기록(20분 54초)으로 제일 먼저 들어왔고 순심고는 우승을 차지했다. 마스터스 부문에 출전한 아버지는 구간 8위였고 팀은 12위에 머물렀지만 날아갈 듯이 기뻤다.
8년 전 마라톤을 시작한 아버지는 친구처럼 지내는 막내와 함께 뛰는 것이 좋았다. 아들이 초등학교 5학년이 된 2003년 3월 마산 3·15마라톤 5km 부문에 함께 참가한 부자는 이후 여러 대회를 같이 다녔다.
3년 전 아들이 마라토너가 되겠다고 하자 아버지는 만감이 교차했다. “하나밖에 없는 귀한 아들 데리고 다니며 이 대회 저 대회 참가하더니 기어코 고생길에 들어서게 했다”며 원망하는 아내의 눈총도 따가웠다.
지금 부자는 서로를 자극하는 동반자다. 매일 힘든 훈련을 견디고 있는 아들을 생각하며 아버지는 어떤 고된 순간도 이겨냈다. 아들 역시 하루 30km씩 뛰어야 하는 고된 시간의 연속이지만 따뜻하게 격려해주는 아버지가 있기에 포기를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골인 지점에서 남편과 아들을 기다린 어머니는 밝게 웃고 있었다. “요즘에는 남편과 아들이 함께 뛰는 게 좋아 보여요. 앞으로도 오늘만 같으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
공주=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