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중계가 끊겼습니다. 스포츠 케이블TV 4곳과 한국야구위원회(KBO) 중계권 대행사인 에이클라의 협상이 결렬됐기 때문입니다. 계약 쌍방의 내용을 온전히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누군가를 비난하는 것은 성급한 일이지만 케이블TV 쪽의 논리에는 선뜻 수긍이 가지 않습니다.
케이블TV는 광고 수입이 급감해 고액의 중계권료가 무리라고 합니다. 하지만 에이클라가 최종 제시한 14억 원(지난해 16억 원)을 고액이라고 하는 게 더 무리인 것 같습니다. ‘국내 프로야구 중계’가 큰 적자였는지도 궁금합니다. ‘다른 곳에서 생긴 손해를 프로야구로 메우려 한다’는 얘기가 괜히 나왔을까요. 네 회사가 단체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한 시선도 곱지 않습니다. 지나친 경쟁으로 해외 스포츠 중계권료를 엄청난 액수로 올려놓을 때와 비교됩니다.
각 방송사가 처한 상황은 다릅니다. 그럼에도 이들이 단체 행동을 하는 것은 케이블TV와 인터넷TV(IPTV) 사이의 갈등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에이클라가 IPTV에 콘텐츠를 재판매하는 것과 그 액수가 문제라는 거죠.
케이블TV로서는 잠재적 경쟁 상대인 IPTV에 자신들이 만든 화면이 나가는 게 달가울 리 없습니다. 에이클라가 IPTV에 중계 영상을 되팔아 큰돈을 받는다면 ‘내 몫을 더 달라’고 주장할 법도 합니다. 하지만 에이클라는 “지난해에도 계약서에 있던 내용을 이제 와서 문제 삼는다”고 말합니다. 당시 케이블TV가 볼 때 IPTV는 ‘발등의 불’이 아니었습니다. 1년 뒤를 내다보지 못했던 거죠. 어찌 보면 미래 시장에 대한 케이블TV와 IPTV의 힘겨루기에 프로야구가 볼모로 잡힌 셈입니다.
‘IPTV 재판매’ 협상에는 시간이 더 필요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중계는 당장 재개돼야 합니다. 과거에도 중계권 협상이 시즌 도중 타결된 적이 있지만 중계가 끊긴 적은 없습니다.
“어제 누구 던지는 거 봤어?” “아냐, 누가 더 잘 치던데.”
지난 주말 야구팬들은 이런 대화를 나눌 수 없었습니다. 눈에서 사라지면 마음에서도 사라집니다. 선수들이 열심히 만들어 놓은 야구 열기에 찬물을 끼얹진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