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장방법 바꾸고… 인터넷으로 소프트웨어 빌려쓰고…
문서와 e메일, MP3플레이어, 디지털 사진, 동영상 …. 어느새 컴퓨터가 일상생활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돼 버린 요즘. 사람들은 적게는 수 KB(킬로바이트), 많게는 수 GB(기가바이트)의 데이터를 매일 생산 또는 복제합니다.
정보기술(IT) 전문 컨설팅업체인 IDC 자료를 보면 2007년 한국 내(內) 디지털 정보량은 전년 대비 53% 늘어난 4401PB(페타바이트·1PB는 약 1조1000억 KB)에 이른다고 합니다. 5000만 명을 기준으로 할 때 1인당 디지털 정보량이 92GB(기가바이트·1GB는 약 105만 KB)인 셈이죠.
디지털 정보를 근간으로 하는 기업들은 데이터 관리에만 천문학적 비용을 투자해야 합니다. 제조업이나 서비스업 등 다른 업종의 기업들도 대부분 IT 시스템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구성원들 간 소통 또한 IT에 의존하는 만큼 적잖은 관리비용이 요구되죠. 특히 지금 같은 불황기에는 이 비용을 어떻게 한 푼이라도 더 줄일 수 있을지를 놓고 기업들의 고민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기업들이 ‘정보 다이어트’에 나서고 있는 이유입니다.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전하면서도 값싸게 저장할 수 있는 방법들은 어떤 게 있을까요.
A사의 김 대리가 1MB짜리 파일을 첨부해 동료 사원 5명에게 e메일을 보낸다고 가정해 봅시다. 1.1MB짜리 e메일이 5개가 생성되니 5.5MB만 필요할 것 같지만, 실제 생성된 디지털 정보는 훨씬 더 큽니다. A사의 중앙 메일관리 서버에 보관(5.5MB)될 뿐 아니라 재해복구용으로 복제(5.5MB)되고, 데이터의 안전한 보관 및 저장을 위해 각 e메일을 백업(5.5MB)해 둡니다. 백업된 e메일은 장기 보관을 위해 한 차례 더 복제(5.5MB)하기 때문에 1MB 파일이 5명에게 보내지는 동안 생성된 디지털 정보는 23MB나 됩니다.
정보관리 기업인 한국EMC의 ‘데이터 중복제거 기술’은 이처럼 데이터가 과도하게 증폭되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입니다. 원리는 모든 데이터를 미세한 조각으로 나누어 인식해 각 조각을 1회만 저장하는 것입니다. ‘홍길동’이라고 쓴 문서를 ‘홍길동전’이라고 수정할 때 일반적으로는 ‘홍길동’과 ‘홍길동전’ 각각의 백업파일이 생성됐지만, 이 기술을 적용하면 기존 ‘홍길동’의 백업파일에 ‘전’에 대한 백업파일만 중앙서버로 전달되는 식입니다. 삼성중공업은 이를 통해 1일 백업량을 99.5%나 절감하면서 데이터 관리비용을 절반 이하로 줄였다고 합니다. 우리은행과 한양대 등에서도 이 기술을 쓰고 있다고 하네요.
IT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는 관련 소프트웨어를 빌려 쓰기도 합니다. IBM은 지난해 9월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한국IBM연구소 내에 ‘클라우드 컴퓨팅 센터’를 세웠죠. 클라우드 컴퓨팅이란 비싼 IT 소프트웨어를 구입하는 대신 인터넷을 통해 소프트웨어를 빌려 쓰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요금은 전기나 수도처럼 쓰는 만큼만 내면 됩니다. 한국IBM 측은 “올 들어 이 시스템 고객사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삼성SDS는 삼성전자, 삼성전기, 호텔신라 등 삼성 계열사를 대상으로 클라우드 컴퓨팅의 일종인 ‘USEFIEX’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죠. 한국EMC 역시 지역적으로 여러 데이터센터에 분산돼 있는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아트모스’를 내놓고 관련 시장을 노크하고 있습니다. IDC 전망에 따르면 2010년에는 클라우드 컴퓨팅이 전체 IT 비용의 10%를 차지할 것이라고 합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