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2014년 국제수학자대회(ICM)를 유치했다는 낭보가 날아들었다. 국제수학연맹(IMU)이 한국의 과학의 날(21일)을 알고 있는 듯이 때맞춰 축전을 보낸 셈이다. ICM은 기초과학계의 올림픽이나 월드컵에 비유할 수 있다. 월드컵을 치르면서 프로축구가 활성화되고 축구 문외한까지 열성 축구팬이 됐듯이 ICM이 수학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 전기가 되기를 바란다.
2012년 ICME와 시너지
수학이라면 입시를 떠올리고 사교육을 유발하는 주범이라는 부정적인 생각을 앞세우지만 과학 발전의 토대가 된다는 점에는 이의가 없을 것이다. 국가경쟁력은 과학기술의 수준에 달려 있고, 과학기술의 수준은 수학 연구의 수준을 넘어설 수 없다는 점은 자명한 진리다. 수학은 과학기술의 발전에 직접적인 도움을 제공하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요구하는 능력을 기르는 데도 도움이 된다.
주위를 돌아보면 수학을 전공하고 수학 이외의 분야에서 출중한 업적을 남긴 인물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1970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러시아의 문호 솔제니친은 로스로프대에서 수학을 공부했고 최고의 팝 듀오로 평가되는 사이먼 앤드 가펑클의 아트 가펑클은 컬럼비아대에서 수학을 전공했다. 미국 하트퍼드대에서 수학을 전공한 모건은 금융에 대한 남다른 감각으로 JP모간을 세계적인 금융기업으로 발전시켰고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창립자 빌 게이츠도 하버드대에서 수학을 공부하다가 중퇴했다. 수학을 통해 기르는 능력이 영향을 미치는 분야는 정보기술(IT)이나 금융에서부터 문학 및 팝음악까지 다양하다.
2014년 ICM과 짝을 이루는 행사가 2012년 우리나라에서 개최할 국제수학교육자대회(ICME)이다. ICM이 학문으로서의 수학을 논의하는 수학자의 대회라면 ICME는 수학교육에 대한 논의를 다루는 수학교사와 수학교육연구자의 대회이다. ICME 역시 4년마다 열리고 3000명 이상이 참여하는 대규모의 학회로 유치 결정은 2007년 말에 이루어졌다. 결국 우리는 수학 및 수학교육과 관련된 두 개의 학회를 2년 시차를 두고 세트로 개최하는 유일무이한 국가가 됐다. ICM과 ICME는 유사 분야의 학회이지만 구성원과 주제에 있어서는 차별화되므로 상보적인 관계이며 두 대회를 동일 국가에서 개최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2010년 ICM이 인도에서 개최되므로 여러 대륙을 순환하며 개최하는 원칙에 비추어볼 때 또 다른 후보국 브라질이 우리보다 우위에 있었다. ICME는 일본에서 열린 지 얼마 되지 않고 아프리카의 국가가 ICME를 유치한 적이 없어서 마지막까지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유력했다. 두 대회 모두 이런 열세를 극복하고 한국이 최종 선정돼 기쁨이 더하다.
北학자 초청 남북교류 기여
ICM 2014와 ICME 2012가 북한 학자를 초청하고 큰 대회에 병행되는 위성학회 중 일부를 북한이 유치하도록 한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북핵과 미사일 문제로 남북 간의 간극과 대립이 심해지고 있지만 이데올로기와 무관하고 보편성을 갖는 수학을 통해 교류하는 일은 무엇보다 효과적이다. 실제 1998년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한 ICM이 동서독 간의 경계를 허무는 데 일조했다는 점을 돌이켜 볼 때 ICM과 ICME를 통한 남북한 교류의 활성화를 기대해도 좋다. ICM 유치가 국내 수학 연구의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고 궁극적으로 필즈상 수상자까지 배출하는 날을 고대하며 ICM과 ICME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한다.
박경미 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