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비 감당 어렵다” 12%
병원에 갈 때는 누구나 긴장한다. 하물며 의사소통이 잘되지 않아 의사의 진단을 잘못 알아듣는다면 얼마나 당황스러울까.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다문화시대를 대비한 복지정책방안 연구’(2008년)에 따르면,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때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것은 ‘언어’ 문제인 것으로 조사됐다. 결혼이민자 973명을 대상으로 의료기관에서 치료받는 데 힘든 점을 조사한 결과 “언어소통을 하지 못해 치료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대답한 사람이 22.7%(220명)로 가장 많았다.
이어 교통, 진료비, 정보·상담 등이 뒤를 이었다. “교통이 좋지 않다”, “진료비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대답이 각각 13.4%와 12.2%였고 “병원에 갈 시간이 부족하다”, “필요한 정보를 얻거나 상담 받기가 힘들다”는 답변도 각각 7.7%, 4.5%를 차지했다. 연구진은 “의료기관 이용률 제고를 위해서도 의료진과의 언어소통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고 정보, 상담 제공에도 불편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진료비 문제도 다문화 가정의 의료 복지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이 결혼이민자(119명)와 한국인 배우자(94명)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08년 한 해 동안 전문적인 의료서비스가 필요함에도 병원에 가지 못하거나 치료를 중도 포기한 경우는 결혼이민자가 14.3%, 한국인 배우자가 12.9%로 결혼이민자가 많았다.
“왜 의료기관을 이용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결혼이민자와 한국인 배우자가 모두 “치료비가 없기 때문”이라고 답한 사람이 가장 많았다. 결혼이민자는 42.9%, 한국인 배우자는 35.1%였다. 이 같은 수치의 차이는 결혼이민자의 건강보험 가입률이 한국인 배우자보다 낮기 때문이다. 건강보험 가입 비율은 결혼이민자가 75.1%, 한국인 배우자가 92.1%였다. 연구진은 “다문화가족의 건강 보장을 위해 건강보험료 부담을 줄이거나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는 것과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