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 국내 공연축제에 초청받은 호주 공연은 5개 극단의 9개 작품에 이른다. 5m 장대 위 공연으로 유명한 스트레인지 프루트의 ‘들판(The Field)’은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2일), 노원문화예술회관 개관 5주년 기념페스티벌(3일), 고양어울림누리 높빛어린이세상 축제(4일), 국립극장의 청소년공연예술제(5일)에서 공연된다. 같은 극단의 ‘순수함의 끝’은 춘천마임축제(29∼31일) 무대에 오른다.
대형인형극단 스너프 피펫은 ‘숲 속의 밤’ ‘소떼들’ ‘코끼리’ 등 3편의 인형극을 안산국제거리극축제(2∼4일)와 과천어린이축제(5일), 국립극장 청소년 공연예술제(8∼9일)에 나눠 올린다. 아동극으로 유명한 윈드밀극단과 패치극단은 고양어울림누리 높빛어린이세상 축제에서 각각 음악극 ‘붐 바!(Boom Bah!·2∼5일)’와 비언어극 ‘신기한 우체부 아저씨’(2∼6일)를 공연한다. 익살 인형극단 ‘멘 오브 스틸’은 춘천마임축제에서 ‘쿠키커터와 친구들’(25∼28일)을 선보인다.
가히 호주 잔치라 할 만하다. 호주대사관은 21일 기자간담회까지 열어 호주 공연이 쇄도하는 배경을 설명했다. 그 핵심은 호주 중남부에 있는 애들레이드 시. 인구 100만 명으로 호주의 다섯 번째 도시인 애들레이드는 1960년 시작된 실험극 중심의 프린지 페스티벌 및 공연예술축제와 함께 호주공연단체의 해외 진출 창구가 된 호주공연예술마켓(APAM)을 1994년부터 격년으로 개최하면서 호주공연문화의 메카로 거듭났다. 지난해 8회를 맞은 APAM은 400여 개 호주극단과 25개국 1000여 명의 공연계 인사를 끌어 모으며 비언어 신체극과 어린이극이 호주의 국가브랜드로 자리매김하는 데 기여했다.
공연문화예술에 대한 국가 차원의 장단기 투자도 한몫했다. 호주문화예술위원회 위원을 지낸 로저 린드 씨는 “1970년대 중반 유치원생 시절부터 공연예술을 접하도록 한 것이 한 세대가 지나 성과를 거두기 시작했다”며 “호주 국내총생산에서 예술분야가 5%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의 공연예술축제는 해외공연을 유치하기에 급급하거나 국내용으로만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우리 공연축제가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나 한국 공연의 해외 진출을 위한 창구로 삼으려는 발상의 전환과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해묵은 지적을 다시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