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거절했다” 혐의부인
인도 경찰, 생모가 고소해 체포
올해 오스카상 8개 부문을 휩쓴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로 스타가 된 아홉 살짜리 딸을 몰래 팔아넘기려던 아버지가 경찰에 체포됐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은 이 영화에서 여주인공 라티카의 어린 시절을 연기했던 아역배우 루비나 알리 쿠레시 양(9)의 아버지 라피크 쿠레시 씨(36)가 20일 딸을 암시장에 팔려고 했던 혐의로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인도 경찰에 따르면 쿠레시 씨는 아랍 부호로 변장한 영국 주간지 ‘뉴스오브더월드’의 기자에게 20만 파운드(약 3억9300만 원)에 딸을 팔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뉴스오브더월드는 20일 쿠레시 씨와 그의 남동생이 부호로 가장한 자사 기자들과 16일에 만나 “오스카상을 받은 애인데 20만 파운드는 줘야 한다”고 흥정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이 보도가 나간 뒤 쿠레시 씨는 전처이자 루비나 양의 생모인 쿠르시다 씨의 고소로 체포됐다. 쿠르시다 씨는 “쿠레시와 그의 후처가 루비나를 팔아넘기려고 한 계획을 2주 전 큰딸에게서 전해 들었다. 그들은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쿠르시다 씨 역시 딸이 유명해진 뒤 루비나의 양육권을 둘러싸고 남편과 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체포된 쿠레시 씨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는 “부호라는 사람이 거액을 주겠다고 했지만 단호하게 거절했다”면서 “아무리 돈을 많이 주겠다고 해도 루비나는 절대 팔지 않을 것이며 아이들을 위해 목숨까지 바칠 각오가 돼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영화로 유명해졌지만 빈민가에서 살고 있는 자신의 삶은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면서 “나와 가족, 그리고 루비나의 미래를 위해 무엇이 최선의 길인지 고심해야 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슬럼독 밀리어네어로 3억 달러의 수익을 올린 제작사 측은 “아역배우들의 가정에 합당한 보상을 하려 했지만 워낙 가족 친척 간의 갈등이 거세고 거액이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쓰인다는 보장도 없었다”면서 “아이들에게 적절한 교육과 거주환경 등을 보장해 줄 수 있는 공적펀드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작사 측은 지난주 약 75만 달러(약 10억 원)를 영화의 배경이 된 뭄바이 빈민가 어린이들을 위한 자선기관에 기부하기도 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