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경주의 꽃.
스피드를 다투는 모든 모터스포츠 중 단연 최고라는 F1 무대에는 어떤 매력이 있을까? 자동차경주와 스피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포뮬러 원 그랑프리(이하 F1)를 꿈의 무대라 부르곤 한다.
4월 18일 토요일 예선을 마친 뒤 다음 날(일요일) 치러지는 본선(레이스 데이라 부른다)이 시작되는 시간은 현지시간 오후 3시.
취재를 위해 오전 10시부터 경기장을 찾았지만 장대비가 내리는 가운데서도 이미 경기장 주변은 F1 마니아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금요일 연습주행, 토요일 예선, 일요일 레이스 데이까지 3일간 F1을 관람할 수 있는 입장권 가격은 무려 3980위안(약 77만6000원)이다. 부담스러운 가격이지만 20만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경기장은 경기 시작 2시간 전부터 가득 들어찼다.
중국에서는 F1 경기를 개최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4년부터다. 아직까지 중국 팀도 선수도 없지만 F1에 대한 관심과 열정은 이미 유럽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출발선을 향해 서서히 움직이는 경주차들에서 순간순간 울려 퍼지는 우렁찬 배기음에 가슴이 뛰기 시작한 것은 그때부터다. 본격적인 레이스는 시작도 되지 않았는데, 경기장 안은 이미 묘한 흥분과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출발 10분 전, 20대의 머신에 시동이 걸리고 경주차 주변에 몰려있던 피트 크루들이 모두 철수하고 스타팅 그리드 위에는 머신과 드라이버들만 남겨졌다. 출발 시간인 3시가 되자 모든 경주차들이 선도차를 따라 트랙을 한 바퀴 돌기 시작했다. 20대의 F1 머신이 뿜어내는 배기음은 단순한 소리의 차원을 넘어서, 관람석에 서 있는 관객들의 심장을 움켜쥐기 시작했다.
비가 내리지 않았다면 선도차를 따라 트랙을 한바퀴 돈 차량들이 제 자리에 정렬한 후 일제히 스타트하는 장관을 볼 수 있었겠지만, 비가 내려 노면이 미끄러운 관계로 스탠딩 스타트가 아닌 롤링 스타트 방식으로 경기가 시작됐다. 빗속을 뚫고 달린 이날 F1 머신의 최고 속도는 273.4㎞(맑은 날씨에서는 300km를 넘나든다)였지만 그 속도만으로도 이미 상상했던 것 이상의 스피드였다.
앞차의 후미등이 보이지도 않는 폭우와 머신이 만들어내는 물보라, 비행기가 이륙할 수 있는 정도의 엄청난 스피드로 코너를 통과하고 선두 차를 추월해내는 F1 머신의 향연은 한동안 숨을 쉴 수 없을 정도의 흡인력을 발휘했다. 자리에 앉지도 못하고 객석에 서 있는 기자의 머리에서 발끝까지 분명하게 전해지는 엔진음의 진동, 마치 드라이버와 함께 머신에 함께 올라탄 듯한 엄청난 스피드가 주는 쾌감.
F1 경주의 룰, 팀과 선수들의 면면을 모른다 해도 F1머신이 빚어내는 이 극한의 스피드를 체험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F1 마니아가 되어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꿈의 축제가 한국에 온다! 2010 코리아 그랑프리
F1 그랑프리는 유럽과 호주, 중국 일본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국가를 포함해 전 세계 17개국(2009년 기준)에서 열린다.
때문에 필설로는 형용하기 힘들만큼 극한의 즐거움을 주는 F1 그랑프리라고 해도, 국내 팬들이 F1 무대를 접하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국내 팬들도 월드컵, 올림픽과 더불어 세계 3대 스포츠라 불리는 F1 그랑프리를 안방에서 즐길 수 있게 됐다.
2010년 가을(예정) 전남 영암군 일대 130만평 부지에 건설 중인 코리아인터내셔널 서킷에서 코리아 그랑프리 경기가 개최되기 때문이다.
코이아인터네셔널 서킷의 총 길이는 5.615k로 전 세계 18개 F1 경기장 가운데 상위 5위권에 드는 규모다. 직선 트랙의 길이가 1.15km에 달해 최고시속 320km 이상의 구간 최고 속도를 낼 수 있어, 극한의 스피드를 체험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상하이(중국) |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