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심의위 “잘못된 어휘-순화안된 표현 사용 빈번”
지상파 방송 3사의 메인 뉴스가 어휘와 표현에서 오류투성이인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KBS1 ‘뉴스9’(조사기간 1월 1∼7일·사진), MBC ‘뉴스데스크’(1월 27일∼2월 2일), SBS ‘8뉴스’(2월 23일∼3월 1일)의 어휘 표현 문장 등을 조사한 ‘방송 뉴스 프로그램의 언어 사용 실태’를 22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 3사 모두 순화하지 않은 한자어와 외래어, 의미가 모호한 표현, 부적절하거나 잘못된 어휘를 빈번하게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범죄나 정치 관련 보도에서 방송사간 속보 경쟁으로 정제하지 않은 언어 사용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조사에 따르면 이들 뉴스는 ‘감산’ ‘선제적’ ‘특단’ ‘채증’ 같은 한자어를 빈번하게 사용했다. 국립국어원은 이를 ‘생산을 줄이다’ ‘기선을 제압하다’ ‘특별한’ ‘증거수집’으로 쓸 것을 권하고 있다. ‘원본’을 놔두고 외래어인 ‘오리지널 버전’을 쓰고 ‘해설자·진행자’ 대신 ‘TV캐스터’를 사용한 것도 지적 사항에 올랐다.
또 ‘속도전’은 의미가 불분명한 전투적 표현인데도 정치 뉴스에서 자주 사용하고 있었고 ‘무더기 형사처벌’처럼 인격체인 사람에게 쓸 수 없는 ‘무더기’란 잘못된 표현도 쓰였다. ‘부상을 입다’ ‘과포화 상태’ ‘영정 사진’ ‘공모 실시’ 같은 의미가 중복된 표현이나 ‘천명’(밝히다) ‘전무’(전혀 없다) 등 상투적인 표현도 등장했다.
문법 관련 오류에서는 장문에서 많이 발견됐다. 특히 이중 주어를 쓰거나 “현장 검증을 지켜보던 주민 200여 명은 잔혹한 범행에 경악하면서도, 피의자 얼굴을 왜 가렸느냐며, 분노했습니다”처럼 인용문과 전달문을 명확히 구별하지 않는 것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방통심의위는 이 밖에 ‘키코’ ‘환전컨테이너’ ‘샌드위치 패널’ ‘매립전’ ‘시방서’ 같은 전문용어는 일반 시청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부연설명이나 자막을 덧붙여야 하며, 정부 부처나 특정 기관, 단체의 명칭은 처음 명명할 때 전체 명칭을 꼭 사용하라고 강조했다.
방통심의위는 “뉴스 언어는 일반 대중에게 ‘모범적 언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뉴스 제작자는 그 파급 효과에 신경 써야 한다”면서 “시청자로부터 신뢰를 얻기 위해 정보의 신속성보다는 명확한 의미 전달이 중요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