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3월초 이후 33% 급등
아파트 한달새 2억 오르기도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시장은 ‘봄바람’을 넘어 이미 과열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시중에 돈이 넘쳐나고 앞으로 자산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돈이 빠르게 위험자산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이 중 상당 부분은 실물경기의 회복을 확신한 투자자금이라기보다는 저금리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채 떠다니는 돈으로 추정된다.
22일 코스피는 이날 중국 증시의 급락에도 불구하고 전날보다 19.21포인트(1.44%) 오른 1,356.02로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로써 코스피는 3월 초 저점 이후 이날까지 33%나 올랐고, 코스닥지수도 47% 급등했다. 미국 다우지수가 지난달 저점 대비 22% 오른 것에 비해 훨씬 높은 상승률이다.
심상치 않은 주가 상승세가 계속되자 증시 전문가들은 이달 초부터 “과열에 의한 단기 급락을 맞을 수도 있다”고 경고해 왔다. 그러나 코스피는 이달 들어 8일 약 3% 하락한 것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의미 있는 조정도 받지 않고 있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의 열기가 거세다. 주식을 사기 위한 대기자금인 고객예탁금은 15일 현재 16조 원을 돌파해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말에 비해 7조 원 가까이 증가한 수치. 증시 거래대금도 이달 9일과 10일 이틀 연속 12조 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치를 돌파했다. 요즘 주식시장에선 개인들의 대량 매매주문이 급증하고 있고, 기관투자가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기업의 소매채권이 매번 발행과 동시에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이처럼 증시가 과열되면서 현재 증권사들이 추정하는 국내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도 약 13배 안팎으로 증시가 최고점을 찍은 2007년 10, 11월의 12∼14배와 비슷한 수준까지 상승했다. PER는 주가를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PER가 높으면 이익에 비해 주가가 고평가돼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앞으로 한국 기업의 수익성이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을 넘어 지속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언제든지 증시가 다시 하락해 제자리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 거래량(신고일 기준)은 1월 1만8074채에서 3월에는 3만7398채로 급증했다. 특히 서울은 지난해 12월 818채가 거래됐지만 3월엔 3957채로 크게 늘었다. 강남 서초 송파구 등 강남 3구에서 거래된 아파트도 지난해 12월 244채에서 올해 3월에는 거의 5배인 1186채로 증가했다.
아파트 가격도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급등하는 추세다. 강남지역 재건축아파트 가격은 올해 1, 2월 크게 오른 데 이어 최근 한 달 새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2억 원 이상 오른 가격에 거래된다. 그러나 환금성이 좋은 중소형 아파트가 주로 거래되고, 상대적으로 매매가 어려운 대형 아파트 거래는 많지 않아 시장이 불안정한 가운데 가격이 치솟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