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성 씨가 ‘뤼순감옥구지묘지’라는 표지석이 설치된 곳에 서 있다. 이 씨는 표지석 부근이 안중근 의사의 유해가 묻힌 곳이라고 말했다. 사진 제공 이국성 씨
독립열사 이회영 선생 손자 새 증언… 2008년 발굴 실패한 곳서 400m 떨어져
안중근 의사의 유해가 묻힌 묘역이 중국 랴오닝 성 다롄 시 뤼순(旅順) 감옥에서 동남쪽 300m 지점의 야산에 있다는 새로운 증언이 나왔다. 이곳은 2008년 한국 정부가 안 의사 순국 당시 뤼순감옥의 일본인 소장의 딸이 공개한 사진을 근거로 유해 발굴 작업을 했다가 성과를 얻지 못한 곳에서 400m 정도 떨어진 곳이다.
뤼순 감옥에서 처형당한 독립열사 우당 이회영 선생의 손자 이국성 씨(65)는 22일 “열세 살 때 아버지와 함께 안 의사의 묘역에 가본 적 있는데, 1940년대 뤼순 감옥에서 근무한 일본인 의사 고가 하쓰이치(古賀初一)의 회고록에 기록된 안 의사 묘지 위치와 일치한다”고 전했다.
이 씨가 최근 입수한 일본인 의사의 회고록에는 ‘안중근 씨가 감옥 끝에서 300m 떨어진 묘지에 묻혔다’고 기록돼 있다. 이 씨는 “1970년대 중반 이후 뤼순 감옥을 관리해 온 P 씨(뤼순감옥박물관 직원)로부터 이 회고록을 받았는데 P 씨도 그 기록 속의 장소를 안 의사 묘역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당의 세 번째 부인의 후손인 이 씨는 조선족으로 살아왔으며 최근 국가보훈처에 독립유공자 후손 자격 심사를 신청해둔 상태다.
이 씨는 1958년 뤼순 감옥을 함께 방문한 아버지가 동남쪽 언덕으로 데리고 가서 ‘안중근 의사가 묻힌 곳’이라며 참배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1995년 우당의 발자취를 찾기 위해 다시 뤼순 감옥을 방문한 그는 P 씨에게 안 의사의 묘역을 찾는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고 “37년 전 동남쪽 어딘가에 있는 묘역을 간 적이 있는데 위치를 가르쳐달라”고 부탁했고, P 씨의 안내로 그곳을 다시 찾아갔다.
이 씨는 이후 안 의사의 묘지를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해 뤼순 감옥과 묘역을 10여 차례 방문했으며 그동안 신뢰를 쌓은 P 씨로부터 2007년에 “안중근 묘지를 찾느냐. 감옥에 근무했던 이들의 전언을 바탕으로 파악한 바에 따르면 내가 안내했던 묘역에 있다”는 말을 들었다. 뤼순감옥박물관은 2001년 이곳에 ‘뤼순감옥구지묘지(旅順監獄구址墓地)’라는 표지석도 설치했다.
이 씨는 “P 씨와 감옥 인근 주민들의 증언을 종합한 결과 표지석이 설치된 야산에는 1902∼1920년 감옥에서 사망한 사람들이 묻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2008년 한국 정부가 발굴한 곳은 1940년 이후 사망자들이 묻힌 곳”이라고 말했다. 북한도 한국 정부가 작업한 곳의 왼쪽 지역에서 1960년대 후반과 1970년대 초 두 차례 발굴 작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가 올해 초 P 씨로부터 입수한 일본인 의사 고가의 ‘뤼순형무소회고’에는 ‘형무소 끝에서 약 300미터 떨어진 곳에 아주 큰 무덤이 있었는데 이곳에 수백, 수천의 영령이 잠들어 있었다’ ‘명치 42년(1909년) 10월 하얼빈역에서 조선통감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한 한국의 영웅 안중근 씨도 이곳(뤼순 감옥)에서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는데, 앞에서 언급한 무덤에 매장됐다는 말을 들었다’고 기록돼 있다.
이 씨는 “표지석이 설치돼 있는 묘역은 감옥의 동남쪽으로 300m 지점에 있어 이 글의 내용과 일치한다”며 “표지석이 있는 곳 바로 아래까지 아파트가 건설되고 있어 이 무덤 터도 언제 개발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 씨는 최근 자료와 사진을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의 해외사적지 연구팀에 제보했다. 연구팀과 함께 제보를 받은 한시준 단국대 교수(독립운동사)는 “안 의사의 묘역에 대한 새로운 증언과 자료가 나왔으므로 일단 현지 확인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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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자 A2면 ‘안중근 의사 유해 매장지’ 기사의 그래픽에서 2008년 한국 정부가 발굴 작업을 한 곳은 ‘북한이 발굴한 곳으로 추정되는 지역’으로 표시된 지점 부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