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5월 15일)을 앞둔 요즘 서울 강남과 경기 성남시 분당지역 교사들이 술렁이고 있다. 2009년을 ‘촌지와의 전쟁의 해’로 선포한 국민권익위원회가 이 지역 학교 교사에 대한 집중적인 암행감찰을 실시하고 있다. 조사관들은 일부 교사들의 쇼핑백과 자동차 트렁크까지 뒤졌다. 해당 교사들은 “평생 이런 수모는 처음”이라며 “촌지 단속을 이유로 학생들 앞에서 망신을 당했다”고 울분을 터뜨리고 있다.
▷한국교총은 “권익위의 촌지 단속은 50만 교육자를 잠재적 범죄 집단으로 모는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촌지를 단속하더라도 학생들이 보는 장소는 피해야 할 것이다. 다만 뿌리 깊은 촌지문화를 추방하기 위해서는 다소 충격적인 요법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3월 권익위가 학부모를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8.6%가 “지난 1년간 촌지 제공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고 이 가운데 서울 강남지역이 34.6%로 가장 높았다. 1998년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조사 결과인 55.2%에서 크게 줄어든 것이긴 하다.
▷학부모와 교사 간에 오가는 촌지는 외국인은 이해하기 힘든 한국적 현상이다. 옛날부터 우리 선조들은 자식을 가르치는 훈장에게 학비조로 집에서 거둔 가장 좋은 수확물을 바치는 풍습이 있었다. 이번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4%가 촌지는 ‘감사의 마음이 담긴 작은 선물’로 인식했다. 물론 대다수는 학교촌지를 ‘뇌물’(46.8%)로, ‘뇌물은 아니지만 없애야 할 관행’(46.8%)으로 여기고 있었다.
▷촌지는 ‘내 자식을 잘 봐달라’거나 ‘최소한 불이익을 받지는 않게 해 달라’는 학부모의 이기심과 한국사회 특유의 집단 동조(同調) 문화에 기인한다. ‘남들은 다 한다는데…’ 하는 불안감에 촌지를 주게 된다는 얘기다. 교사들도 촌지를 거절할 경우 동료들로부터 ‘혼자 깨끗한 척한다’는 핀잔을 들을까봐 신경을 쓰게 된다. 촌지문화에는 학부모와 교사 모두 책임이 있지만 교사가 자정운동을 통해 스스로 근절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렇지 못할 경우 이번 암행감찰처럼 외부의 개입을 부를 수밖에 없다. 해마다 촌지 논란이 일면 스승의 날이 다가왔음을 알게 되는 현실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