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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노무현 도덕성 파산선언’ 국민 심정 참담하다

입력 | 2009-04-24 03:02:00


검찰 소환을 앞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제 인터넷 홈페이지에 스스로 ‘도덕적 파산’을 선언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명예도 도덕적 신뢰도 바닥이 나버렸다”면서 “저는 이미 민주주의 진보 정의, 이런 말을 할 자격을 잃어버렸다”고 토로했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한 이후 노 전 대통령은 홈페이지에 검찰 수사나 언론 보도를 반박하고 불만을 드러내는 글을 올렸다. 그러던 그가 더 버티기 어려웠던 듯 “이제 제가 할 일은 국민에게 고개 숙여 사죄하는 일입니다”라며 홈페이지 폐쇄를 시사했다. 그가 뒤늦게나마 자숙하고 반성하는 뜻이기를 바란다.

‘사람 사는 세상’ 홈페이지 폐쇄에 반대하는 댓글이 수천 개나 올라온 걸 보면 지지자들은 아직도 그에 대한 미련을 갖고 있는 듯하다. 그 반대편에는 정치적 고비 때마다 극적 반전을 시도한 사람인 만큼 파산 선언과 홈페이지 폐쇄에 어떤 노림수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의심하는 사람들도 많다. 노 전 대통령만큼 지지자와 반대자의 견해가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전직 대통령도 드물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의 홍보수석비서관을 지낸 조기숙 교수는 “노 전 대통령이 얼마나 재산이 없고 청렴했으면 참모(정상문 전 대통령총무비서관)가 이런 일을 했을까”라며 노 전 대통령의 비리를 ‘생계형 범죄’라고 비호했다. ‘600만 달러’가 생계형 범죄라면 조 교수의 한 달 생계비는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다. 그는 검찰 수사를 ‘정치 능멸’이라고 주장했다. 부패가 정치의 본질이라도 된다는 소리인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도 최근 검찰 수사를 “전임 대통령 모욕주기 공작”이라고 주장했다. 한때 ‘노무현 심기(心氣)관리자’라는 말까지 듣던 사람다운 사실 왜곡이다. 노 대통령 스스로 “여러분은 이 수렁에 함께 빠져서는 안 됩니다. 여러분은 저를 버리셔야 합니다”라고 호소하는 데도 조기숙, 유시민 두 사람은 아직도 궤변을 늘어놓고 있으니 딱하다.

노 전 대통령 부부가 박 회장에게서 1억 원이나 하는 시계를 회갑 선물로 받은 사실이 알려지자 문재인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검찰이 사건의 본질과는 아무 상관없는 일로 망신 주겠다는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1억 원짜리 시계가 ‘사건의 본질’(뇌물)과 무관하다는 인식이 과연 정상인가.

노 전 대통령은 국민 앞에 진실을 고백하고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사죄를 하면서 ‘살아 있는 권력’에 반면교사 역할이라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