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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말타고 운주산 경치구경 어때요?

입력 | 2009-04-24 07:08:00


‘영천 운주산 승마장’ 오늘 문열어

영남권 대표적 승마레저타운 꿈꿔

“승마는 ‘교감’입니다. 말이 ‘내 등에 탄 사람이 나를 아껴주는구나’ 하는 느낌을 받도록 하는 게 중요하죠.”

기자는 교관의 지시에 따라 말의 목 부분을 서너 번 쓰다듬어준 뒤 말 등에 올랐다. 등에 오를 때와 내린 뒤 ‘쓰다듬기’는 승마의 중요한 절차였다. 말에 대한 ‘예의’인 셈이다. 말 등에도 덥석 앉으면 안 된다. 아주 부드럽게 앉은 뒤 고삐를 잡아야 한다. 600kg이나 되는 덩치 큰 동물이지만 아주 예민하고 섬세했다.

등에 탄 사람이 ‘아니다 싶으면’ 짜증을 내며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기분을 맞추면서 꿈틀거리는 말 근육 위에 앉아 보는 느낌은 독특했다. 다리로 말의 배를 꽉 감싸고 허리를 펴면 바로 유명한 ‘기마자세’가 된다. 경북 영천시 임고면 효리 ‘영천 운주산 승마장’ 개장(24일)을 앞둔 승마 체험이었다. 47억 원을 들여 운주산 휴양림 일대 16만5000m²에 조성된 이곳은 정부의 지원을 받아 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첫 승마장. 임고면은 고려 말 충신인 포은 정몽주 선생(1337∼1392)의 고향인 데다 승마장 주변이 숲이어서 운치가 있다. 포은을 기리는 임고서원 옆에 있다.

승마장에는 현재 말 29필이 있다. ‘해오름’, ‘흑운주’, ‘환희’, ‘맘마미아’, ‘또순이’ 등 일반 승마용 말과 마차를 끄는 몽골산 ‘버드와이저’, 어린이용 ‘미니미니’ 등이다. 대표 격은 지난해 대통령배 승마대회에서 2관왕을 차지한 ‘루시아’(2005년생·독일산)다. 말은 덩치는 크지만 나이는 3∼10세로 ‘어린애’다. 그래서인지 한 번 타고 나서 각설탕이나 건빵을 주면 아주 좋아했다. 루시아를 관리하는 이경숙 교관(41·여)은 “말은 굉장히 예민하고 겁이 많아서 급하게 타려고 하면 절대 안된다”며 “말이 사람과 일체감을 느끼도록 세심하게 배려하는 마음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서부영화나 사극에서 보는 말 타기는 실제와 다르다는 것. 개장 기념으로 24∼26일은 누구나 무료로 타 볼 수 있다.

영천시는 이곳을 영남권의 대표적인 승마레저의 중심지로 만들려고 한다. 영천시 농업기술센터 황석곤 농축산과장은 “말은 레저뿐 아니라 산업면에서도 부가가치가 매우 높다”며 “승마장을 계기로 농가에서도 축산업 차원에서 말 사육을 할 수 있도록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천은 원래 말과 관련이 많은 고장이다. 귀한 한약재인 말뼈가 영천한약재시장을 통해 대량 유통됐고, 포은은 개성의 선죽교에서 말을 뒤로 타고 가다 숨졌다는 기록이 있다. ‘말 예찬론자’인 김영석 영천시장은 “말을 타고 운주산을 둘러보는 느낌은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라며 “전국 최고의 승마고장으로 가꾸고 싶다”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