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땅 과학 답사기/손영운 지음/416쪽·1만4000원·살림
한탄강의 정취가 유명한 경기 연천군. 저자는 연천군을 이렇게 소개한다.
“이곳은 30만∼3000만 년 전 발생한 화산 폭발 때 분출된 용암으로 만들어진 땅이다. 가장 마지막으로 분출됐던 용암이 약 30만 년 전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보통 수억 년의 나이를 가진 우리나라의 다른 지방에 비해 연천은 갓 태어난 어린 땅이라 할 수 있다.”
경기 포천시는 한국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35억 년 전 땅과 나이가 제일 적은 27만 년 전 땅이 공존하는 곳이다. 해당 지역의 특징을 삶과 문화가 아니라 땅의 나이로 보는 시각이 이채롭다.
과학 교사 출신의 저술가인 저자는 전북 부안군, 전남 해남군, 경북 포항시, 강원 영월군, 제주도 등 전국 21곳을 찾았다. 저자는 이곳 땅들에 얽힌 비밀을 지질학을 바탕으로 소개한다. 사진 300여 장과 땅의 형성 과정을 묘사한 일러스트를 실었다.
충남 태안군의 국보 제307호 태안마애삼존불은 중생대(2억4500만∼6500만 년 전) 시대에 형성된 화강암에 조각한 것이다. 태안의 갯벌은 질퍽한 진흙 개펄인 서해안 다른 지역과 달리 모래로 된 모래펄이다. 저자는 “모래펄의 치밀도가 높아 말이 달리고 비행기가 뜨고 내릴 정도로 단단하다”며 “이 지역 암석이 결정 구조가 단단한 편암과 규암으로 이뤄졌고 이 암석들이 오랜 세월 침식과 풍화작용을 받아 작아져 모래처럼 된 것”이라고 말한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