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옥 커플 매니저가 상담실에서 포즈를 취했다. 사진제공 가연
입사 1년 6개월 만에 억대 연봉을 받는다? 결혼정보회사 '가연'의 커플매니저 최명옥(47) 씨의 이야기다.
정확한 액수는 밝히지 않았지만 최씨는 월 평균 1000만 원 이상의 수입을 올리는 스타 매니저다. 지난 1년간 총 182건의 회원을 유치했고 이 중 100쌍의 커플이 지속적으로 만나거나 결혼에 성공했다. 커플매니저들이 보통 1년에 회원 100명 정도를 가입시키는 것에 비하면 2배 가까운 수치다.
최씨의 초고속 성공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최씨는 '친근함'과 '솔직함'을 비결로 꼽았다.
"고객이 처음 상담 전화를 하시면, 제 이름을 말씀드리면서 웃어드려요. 그럼 상대의 긴장이 풀어지면서 상담이 수월하게 진행이 됩니다."
어떻게 웃는지 보여 달라고 하자 정말 '우하하하~' 소리를 내어 크게 웃는다. 그의 이 같은 태도엔 KT 고객센터에서 7년간 일했던 경력이 큰 보탬이 됐다. 늘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이고 회원마다 일대일로 맞춤 상담을 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남을 주선할 때는 까칠하다 싶을 정도로 솔직해진다.
"상대에 대해 있는 그대로를 말씀드려요. 월급이 219만원이면 219만이라고, 키가 작으면 키가 작다고 거짓 없이 말씀드립니다. 조건을 정확하게 제시하고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이는 상담자에게도 똑같다. 같은 종교를 가진 배우자를 찾는 사람에겐, 그러면 주선이 어렵다고 미리 이야기한다. 노블레스급 비싼 회원비를 받으려고 화려한 조건의 만남을 제안하지도 않는다.
평생을 같이 할 배우자를 찾아주는 일에 큰 보람을 느낀다는 최씨 역시 결혼 10년차다. 이런 연륜을 바탕으로 배우자 선택에 대해 큰 누나, 큰 언니 같이 조언을 해 준다.
"사실 어느 누구도 완벽한 사람은 없잖아요. 10가지 조건 중 1~2개는 포기해야 잘 맞는 배우자를 찾을 수 있다고 말을 해 주죠. 상대의 장단점에 따라 결혼하면 좋을지, 나쁠지도 귀띔해 주기도 하고요."
최씨는 어느 한 조건에 다걸기를 하다 행복하지 않은 결혼 생활을 하는 경우도 종종 본다며 두루두루 흠 없는 사람이 무난한 결혼 생활을 한다고 했다. 그래서 최씨는 비슷한 조건의 회원들끼리 매칭해 주는 것을 선호한다. 성격에 상관없이 전문직 배우자만을 고집하는 것보다는 성격이 무난한 회사원과 결혼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아내로서, 또 엄마로서 결혼을 권할 만한지 묻자 최씨는 단호하게 '그렇다'고 대답했다. 남들보다 특별히 행복하게 살아서가 아니라 제 나이에 맞는 인생 경험을 하는 것이 후회를 줄이는 길이라는 것. 해 보고 후회하는 것이 안 해보고 후회하는 것보다 낫다는 얘기다.
불황 탓에 결혼 건수도 줄어들었다지만 결혼정보회사는 오히려 북적거린다. 경기 침체기일수록 배우자에 대한 기준도 까다로워지고 안정적인 중매를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최씨는 "경기 영향인지 결혼을 전략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이 안타깝다"고도 했다. 상담자들이 찾는 배우자의 조건이 경제적 능력이나 비전 등에 치우쳐 있어서다. 아내가 반드시 맞벌이를 해야 한다는 남성도 크게 늘어 현재는 남성 상담자의 60~70%에 달한다.
그는 "실패를 두려워하면 막상 결혼을 하기도 힘들고 자꾸 조건만 보게 된다"면서 "도전이 없으면 성공도 없듯 결혼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우경임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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