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1∼3월) 실적발표가 한창이다. 지난주에는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 등 한국 대표기업들이 실적을 발표하면서 분위기가 한껏 고조됐다. 지금까지 실적을 발표한 기업을 대상으로 시장 예상치와의 차이를 살펴본 결과 예상을 상회하는 실적을 발표한 기업이 45%, 예상을 밑도는 실적을 발표한 기업이 55% 정도다.
물론 은행업종을 포함해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기업이 많아 성급한 결론을 내리기엔 무리가 있다. 그러나 전반적인 분위기를 살펴보면 ‘생각보다 괜찮다’는 시각이 주류를 이룬다. 특히 깜짝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위기에 강한 면모를 보여줬다. 돈의 힘으로 주가가 상승하는 유동성 장세라고 하지만 양호한 기업실적은 주가 상승에 정당성을 부여해준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실적장세가 펼쳐진다면 시장 내부적으로 선순환 흐름이 형성될 것이다.
해외에서는 미국 정부의 ‘은행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에 이목이 집중된다.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에 따라 은행별 명암이 엇갈리기 때문에 주가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공식발표는 다음 달 4일로 예정돼 있지만 그 전에 해당 은행에 테스트 예비 결과를 사전통보하고 테스트 방법도 공개할 예정이다.
눈여겨봐야 할 점은 △자본 확충이 필요한 은행의 수와 잠재 손실규모 △은행들의 자본 확충 계획 △테스트 결과의 투명성 등이다. 부실은행이 생각보다 많으면 시장에 일시적인 충격을 줄 수 있다. 그러나 단기 충격이 불가피하더라도 정보를 낱낱이 공개해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것이 중장기적으로는 시장을 살리는 길이다.
이번 주 발표되는 월말 경제지표를 통해 최근 제기되는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계속 이어질지 주목된다. 국내 지표로는 3월 산업생산과 4월 수출입 동향을 잘 살펴야 한다. 산업생산은 지난해 11월 이후 두 자릿수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급락 흐름에 제동이 걸리는지, 재고의 가파른 감소세가 진정되는지가 궁금하다. 총체적 어려움에 직면한 수출은 4월에도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다. 무역수지는 수출 감소보다 수입 감소가 더 크게 나타나면서 ‘불황형 흑자’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2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와 4월 ISM 제조업지수를 주목해야 한다. S&P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은 1월에 전년대비 19% 감소한 것으로 발표됐다. 2월에는 사정이 나아졌는지 궁금하다. 제조업체의 현황을 파악하는 데 유용한 ISM 제조업지수는 지난해 12월을 바닥으로 다소 안정을 찾고 있지만 여전히 중립 수준 이하에서 맴돌고 있다. 시장은 상황이 다소 호전됐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 파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