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쿠페. 동아일보 자료사진
현대자동차 '제네시스 쿠페'의 CF는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인생은 짧다'는 광고 카피와 함께 제네시스 쿠페가 미국 미라지 사막지역에서 흙먼지를 일으키며 직선이 아니라 옆으로 비스듬하게 달리는 장면이 나옵니다. 바로 드리프트 주행을 한 것이죠. 드리프트 주행이란 바퀴를 옆으로 미끄러트리면서 커브길을 돌아나가거나 제자리에서 360도 돌기 등 타이어와 노면의 마찰력을 의도적으로 떨어뜨려서 미끄러지게 하는 운전방법을 말합니다.
드리프트 주행에 초점이 맞춰진 이 CF는 단순히 자동차를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볼 수도 있지만 자동차 전문가들에겐 한국 자동차역사에 한 획을 긋는 '사건'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국내 최초 후륜구동 스포츠카의 신고식이었기 때문입니다.
'후륜구동 스포츠카'가 주는 의미는 의외로 많습니다. 우선 산업적인 측면으로 볼 때 자동차산업의 한 단계 발전을 의미합니다. 후륜구동 방식의 정통 스포츠카를 생산하고 판매할 수 있는 기술력과 함께 브랜드 이미지를 갖췄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또 후륜구동 스포츠카는 드리프트 주행과 스포츠 주행 등 차체와 엔진, 변속기를 혹사하는 사용자 환경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내구성을 높이지 않으면 차에 트러블이 많이 발생하게 됩니다.
드리프트 주행을 하게 되면 '약골' 자동차는 내장재의 삐걱거리는 잡음은 기본이고, 차체가 비틀어져 문이 잘 닫히지 않거나 심하면 철판이 찢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엔진과 변속기, 파워스티어링 시스템, 서스펜션도 망가지기도 합니다. 대충 만들었다가는 큰 코를 다칠 수도 있는 셈이죠. 후륜구동 스포츠카는 새로운 자동차트렌드도 만들어냅니다. 고급 운전기술에 대한 욕구를 높이면서 레이싱도 활성화시킵니다. 실제로 5월 9일 열리는 '2009 CJ 슈퍼레이스'에는 제네시스 쿠페만 출전하는 경기가 열립니다. 첫 번째 경기이면서도 국내 레이스 중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후륜구동 스포츠카를 꾸준히 만들어왔던 일본은 누가 더 차를 옆으로 잘 미끄러트리면서 빠르게 주행하는지를 겨루는 드리프트 경기가 오래전부터 유행이었습니다. 'D1 그랑프리'가 대표적입니다. 이 드리프트 경기는 오히려 자동차의 종주국인 미국으로 전파될 정도여서 일본이 종주국으로 여겨지곤 합니다. 2006년에는 '도쿄 드리프트'라는 영화가 헐리우드 영화가 만들어질 정도였으니까요. 물론 일본에서 드리프트 폭주족들로 인한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제 첫 발을 내딛은 제네시스 쿠페여서 아직은 부족한 점도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여러 차례 시승을 하면서 잠재력이 분명하다는 것도 확인했습니다. 한국의 첫 정통 스포츠카가 한국의 자동차산업의 도약과 새로운 문화적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기대해봅니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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