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팝아트작가 줄리언 오피 국내 첫 개인전
초상화 속 여인이 눈을 깜박인다. 손가락을 까닥거리는 남자 초상화도 있다. 마치 ‘해리 포터’ 시리즈에 등장한 마법의 초상화 같다.
영국 출신의 팝아트 작가 줄리언 오피 씨(51·사진)의 액정표시장치(LCD) 동영상 작품이다. 그는 뚜렷한 윤곽선에 강렬한 색채를 결합시킨 인물의 경쾌한 이미지로 널리 알려진 작가다. 라이트 박스를 이용한 평면작업, 발광다이오드(LED) 동영상 작품, 조각 등 그의 신작 30점이 29일∼5월 31일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 신관에서 선보인다. 1층에는 인체의 움직임을 담은 작품이, 2층에는 이야기를 담은 다양한 초상작업이 걸려 있다.
한국에서 열리는 첫 개인전 참석차 내한한 오피 씨는 “오직 죽은 사람이 멈춰 있을 뿐 살아있는 사람은 자는 순간에도 움직인다. 그만큼 인간에게 움직임은 중요하다”며 작품에서 동작을 표현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단순화한 이미지만 보면 익명의 인물처럼 보이는데 작가 주변의 개별적 인물을 모델로 한 작업이다. “작품의 얼굴은 보편적이지만 몸은 개별성을 띠고 있다. 사람을 순간적으로 봤을 때 세부는 기억하지 못하고 특징만 기억한다는 점에서 내 작업은 사실적이라고 생각한다.”
보편성과 개별성의 중간지점을 탐색하는 그의 작업은 인종과 연령을 초월해 모든 사람이 친숙하게 받아들일 미적 감수성과 대중성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초기에는 풍경을 그렸으나 1990년대 말부터 인물에 집중하고 있다. 모든 작업은 컴퓨터로 이뤄진다. 그의 디자인을 바탕으로 공장(전문가)에서 작품을 제작한다. 이를 통해 그는 원본과 복제, 미술과 디자인, 상품과 예술작품 등 대립되는 개념을 동시에 건드린다.
런던 태생으로 골드스미스대를 졸업했다. 2000년 영국 팝그룹 ‘블러’의 앨범 재킷으로 화제를 모았고, 런던의 테이트모던과 미국 뉴욕현대미술관 등 주요 미술관에서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02-733-8449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