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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취임100일]경제정책

입력 | 2009-04-28 02:55:00


신속하고 과감한 ‘오바마 노믹스’

얼어붙은 구들장에 서서히 온기

‘대통령 취임 100일’이란 숫자에 미국 사회가 집착하기 시작한 것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때부터였다. 1933년 대공황 때 취임한 루스벨트는 첫 100일 동안 뉴딜정책의 반석을 깔았다.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 속에서 출범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대해 많은 사람은 그가 루스벨트처럼 성공 신화를 만들어내길 기원했다.

그런 기대에 부응했는지 평가하기는 아직 이르다. 하지만 최근 각종 경제지표에서 희망의 불빛이 희미하게나마 보이고 있다. 중도성향 경제전문가도 대부분 긍정적 평가를 내놓고 있다.

제일 높은 점수를 받은 대목은 신속하고 과감한 결정과 추진력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1월 8일 “대담하게 행동해야 한다”며 800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 규모의 경기부양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곧 의회와 여론을 상대로 열정적으로 뛰어 취임 한 달도 안 된 2월 17일 7870억 달러 규모의 부양책에 서명할 수 있었다. 개인 세금환급부터 차세대 에너지, 인프라 투자 등 장기 투자용 재원까지 포함됐다. 7870억 달러 가운데 32%는 올 9월 말까지 집행되며, 50%는 10월에 시작되는 2010 회계연도에 집행된다. 1800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구축 재원이 경제의 동맥에 투입되는 것은 올여름부터다. 부양책의 성패는 이후에나 측정이 가능하다.

오바마 대통령은 빚에 묶여 있는 서민들의 주택압류 사태를 막기 위한 부동산 시장 안정화대책, 은행 부실자산 인수조치, 자동차산업 구제안 등 경기부양을 위해 쓸 수 있는 카드를 주저하지 않고 동원했다. 이달 중순부터 “희망의 빛을 보기 시작했다”는 자신감을 내보이고 있다. 국민을 위한 단순한 ‘심리전’인지, 실제로 터널 끝을 향해가고 있다는 구체적 증거에 따른 판단에서 근거한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최근 들어 청신호들이 나오는 것은 사실이다. 3월 신축주택 재고물량이 45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으며, 증시도 상승기류를 타고 있다. 금리는 하향안정화 추세다. 능동적 개입이라는 ‘오바마노믹스’가 얼어붙었던 구들장에 온기를 불어넣고 있다는 평가가 가능한 대목들이다. 하지만 상황은 여전히 혼미하다. 1930년대 대공황 때도 경기 호전이 되는 듯하다 은행 부실이 심화되면서 다시 곤두박질친 사례가 있다. 그래서 속단할 수 없다는 분석도 만만찮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