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미국 부통령인 앨 고어는 그의 저서 ‘불편한 진실’을 통해 기후변화의 심각성과 환경 개선을 위한 실천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불편한 진실’은 다큐멘터리 영화로도 제작돼 세계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그에게 미국 부통령보다 더 큰 인기와 2007년 노벨 평화상을 안겨 주었다. 일본의 신문기자인 후쿠오카 겐세이는 자신의 친환경 실천을 담은 책 ‘즐거운 불편’을 통해 삶의 행복이 물질적인 안락과 다름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환경에는 ‘불편’이라는 단어가 붙어 다닐까.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불편한 일이라면 우리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전기제품의 대기전력을 줄이기 위해 플러그를 빼자는 표어는 익숙하다. 그러나 환경의 중요성을 외치는 사람 중에서 정말 플러그를 빼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플러그를 빼지 않고 쉽고 안전하게 전원차단장치를 개발하는 것이 올바른 길일 것이다. 필자는 분당에서 강남이나 명동으로 나가는 경우 버스를 이용한다. 환경을 위해서가 아니다. 자가용을 이용하는 것보다 편하기 때문이다. 쉽고 편해야 개선이 이루어진다.
쉽고 편한 것은 그 자체로 쉽고 편한 데 그쳐서는 안 된다. 몸과 마음으로 쉽고 편하게 느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물을 사용하는 사업장들은 대체로 값이 싸다는 이유로 물을 낭비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물의 낭비가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폐수처리 비용까지 증가시킨다고 지적하면 곧바로 개선에 나선다. 행여 지역 주민들과 물로 인한 다툼이라도 겪었다면 물 절약을 위한 투자도 적극적으로 검토한다. 이익을 확신하면 불편하다는 생각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이가 빠진 접시가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해서 많은 사람이 이 빠진 접시를 버리지 않고 사용한다. 문화가 다른 한국에서는 식당에서 이가 빠진 접시가 나오면 불쾌해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화가 다르면 불편에 대한 느낌도 다르다. 우리의 건강한 삶을 위한 환경을 지켜내고 더 좋게 만들려면 환경 앞에 ‘불편’이라는 단어를 지워야 한다.
양인목 (주)에코시안 지속가능경영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