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을 강타했던 소나무 재선충병을 예방 감시하는 방제단원들이 22일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등의 장비를 갖추고 정영진 박사(왼쪽에서 두 번째)와 함께 재선충병으로 의심되는 소나무를 관찰하며 벌목을 준비하고 있다. 남양주=이동영 기자
■ 산림과학원 광릉숲 재선충병 방제현장 동행취재
《22일 오전 경기 남양주시와 포천시에 걸쳐 있는 광릉숲. 국립산림과학원 소속 예찰방제단원과 소나무재선충병기초연구센터의 정영진 농학박사가 소나무 한 그루를 유심히 살폈다. 이어 전기톱이 요란한 굉음을 내자 길이 15m인 나무가 힘없이 쓰러졌다. 1988년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후 전국에 걸쳐 소나무와 잣나무 등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있는 재선충병을 감시하다 말라죽은 소나무가 발견되자 현장에서 베어낸 것. 감염 확인 시 주변 방제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정확한 위치 파악을 위해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까지 갖추고 있다.》
감염시 주변방제 위해 위치확인 필수
단원들은 고사목이 베어지자 둘레와 길이 등을 잰 뒤 나무줄기의 상중하 세 부분과 밑동 등 4, 5군데에서 조각을 떼어냈다. 이 조각들은 연구소로 보내져 재선충 감염 여부를 정밀 조사하게 된다.
감염목으로 확인되면 발생 지점 반경 300m 이내의 나무들을 검사해 건강한 나무에는 아바멕틴, 에마멕틴벤조에이트 등 예방약품을 주사한다. 방제 약품을 살포해 매개충을 없앤 뒤 소각하거나 1.5cm 이하로 잘게 잘라 목질 내부의 매개충 유충을 없애는 방법도 동원된다. 이날 광릉숲에서 만난 방제단원들처럼 전국에는 모두 250개 방제단에서 10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방제 활동이 강화된 것은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후 발생 면적이 매년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2005년에는 정부가 ‘재선충병 방제 특별법’까지 만들었을 정도다.
2007년 이후 피해면적 갈수록 줄어
정 박사는 “‘소나무 에이즈’로 불리는 재선충병은 걸리면 방법이 없어 예방활동에 주력해야 한다”며 “일본 중국 등 다른 발생 국가에서는 자생 수종이 거의 멸종하는 피해를 봤지만 우리나라는 퇴치 가능성이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매년 피해면적과 감염목이 크게 늘었지만 2006년을 정점으로 주춤해진 게 다행이다. 피해면적은 2006년 7871ha에서 2007년 6855ha, 지난해 6015ha로 감소 추세를 보인다.
올해도 큰 폭의 감소세가 확실시된다면 5년 내에는 자취를 감출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분석이다. 산림청에서는 2004년 53억 원이던 방제예산을 올해 306억 원으로 대폭 늘렸고 헬기에 정밀 카메라를 장착한 예찰시스템도 운영할 예정이다.
2007년 10만8719그루가 감염됐던 부산시는 지난해 54%가 줄어든 5만559그루만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고, 경남도도 같은 기간 6만9500그루 감염에서 4만5999그루로 35%가 감소했다. 전국적으론 최고조에 이르렀던 2005년 56만6000그루가 감염됐다가 지난해에는 82%가 줄어든 10만4000그루로 떨어졌다.
산림청은 발병 이후 2년 동안 추가 발생이 없으면 청정지역으로 지정해 해당 자치단체에 산림조성 관련 사업예산을 우선 지원하고 포상할 계획이다. 지난해에는 강원 강릉시와 동해시, 전남 영암군, 경남 의령군과 함양군 등이 청정지역으로 지정됐고 올해는 울산 동구, 전북 익산시, 경북 영천시와 경산시가 대상이다. 국내의 이 같은 성과는 지난해 10월 스페인 리스본에서 열린 소나무 재선충병 국제회의에서 발표됐고 향후 유럽연합(EU)의 방제전략으로 채택돼 그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남양주=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소나무 재선충병:
고사목(말라죽은 나무)에서 자란 곤충인 솔수염하늘소(전남, 경남, 경북 남부)나 북방수염하늘소(중부지방)는 성충이 되면 고사목에서 나와 소나무, 해송, 잣나무를 찾아 새순을 갉아먹는다. 고사목에 있던 길이 0.6∼1.0mm인 실 모양의 재선충은 이들 하늘소가 탈출할 때 몸에 붙어 나온 뒤 하늘소들이 갉아먹은 나무의 상처를 통해 줄기로 침투해 수분과 영양소 흐름을 방해해 나무를 고사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쌍의 재선충이 20일이면 20여만 마리로 증식한다. 북미대륙이 원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