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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이인모]자살예방 상담전화는 계속 통화중

입력 | 2009-04-29 02:59:00


최근 강원도를 비롯한 전국에서 6건의 동반자살로 16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들은 대부분 인터넷 포털 자살 카페에서 자살을 모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살’이란 검색어만 치면 자살 예방을 위한 상담 사이트와 전화번호가 가장 먼저 뜬다.

전화번호가 안내된 곳은 3군데이고, 한국자살예방협회와 생명의 전화는 같은 번호(1588-9191)를 사용하고 있다. ‘자살한 이들이 이 상담 전화를 이용했다면 마음을 돌릴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에 실제로 몇 군데 전화를 걸어봤다. 그러나 “뛰 뛰 뛰…” 하는 통화 중임을 알리는 신호음만 들렸다. 기자는 며칠 동안 10차례 이상 같은 번호로 전화를 걸었지만 단 한 번도 통화에 성공하지 못했다.

이 번호의 운영자인 생명의 전화 사무실 전화번호를 알아내 전화를 걸었다. 생명의 전화 직원은 ‘그럴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었다. 상담 전화 회선이 적어 10번 걸어도 한 번 통화하기 힘들다고 시인했다. 시도별로 나뉘어 있는데 서울에는 8개 회선이 있다고 말했다. 쉴 새 없이 전화가 오는 데다 상담내용이 심각한 경우 5분 이상 통화가 이루어지다 보니 상담원과 연결되기는 하늘의 별따기나 다름없다. 만약 자살 충동을 느낀 사람이 이 번호로 전화했다가는 자살하기 전에 ‘속 터져 죽을지도’ 모를 일이다.

생명의 전화는 사회복지법인이다. 주로 기부금과 자체 예산으로 운영된다고 한다. 당연히 예산이 빠듯하다. 인력 역시 자원봉사의 손길이 돕고 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전화 연결이 안 된다고 이 기관을 비난할 수도 없다.

기자는 이어 포털에서 소개한 정신건강 핫라인(1577-0199)으로 전화했다. 서울시자살예방센터가 운영하는 번호다. 그런데 이곳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오후 7시경 두 차례 통화에 실패한 뒤 다음 날 오전 겨우 통화에 성공했다. 센터 관계자는 “주간에는 11명이 상담을 하지만 야간에는 2명이 근무를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가족부의 희망의 전화(129)도 자살과 아동 학대, 노인 학대를 묶어 ‘긴급지원반’이 상담하고 있다. 이곳도 자살 상담 전화가 잦은 야간에는 5, 6명만 근무하기 때문에 손이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자살 상담이 전화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사이트 게시판을 통해서도 많은 대화가 이루어진다. 그러나 전화 상담을 시도하는 사람은 조금 더 사정이 급하지 않을까. 전화를 통해 자신의 답답함이 풀어진다면 자살을 하려다 생각을 바꿀 수도 있다. 단지 전화 회선이 부족해 귀중한 생명을 구하지 못한다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가.

이인모 사회부 i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