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를 잘 지키는 것도 중요한 적응적 문제다. 이미 내가 차지한 배우자라도 경쟁자에게는 여전히 바람직한 상대일 수 있다. 일단 배우자를 빼앗기게 되면 그동안 그를 유혹하고, 그의 환심을 사고, 그에게 헌신해 온 모든 노력들이 수포로 돌아간다.
더구나 내 배우자가 나에게서 원하는 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마당에 좀 더 신선하고, 좀 더 그럴듯하고, 좀 더 아름다운 상대가 나타나서 나를 배신하게 될 수도 있다. 일단 배우자를 얻었다면 반드시 지켜야 한다.”》
배우자, 얻기만큼 지키기도 힘들어
진화생물학과 진화심리학은 인간 행동도 생물학적 진화 법칙의 결과라고 말한다. 이에 따르면 남녀의 연애, 결혼, 질투, 바람(간통)도 짝짓기라는 인간의 동물적 본성의 연장선상에 있다. 평생을 함께할 평생의 배우자를 찾는 결혼. 현실은 기대와 어긋난다. 한국을 비롯해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이혼율은 날로 늘고 있다. 진화심리학자인 저자는 배우자끼리의 갈등은 짝짓기 과정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현상이라고 말한다. 인류의 조상이 수백만 년에 걸쳐 생존과 번식을 위해 환경에 적응해 온 과정에서 자연선택을 통해 진화해온 성 전략(sexual strategy)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혼을 정당화하자는 것은 아니다. 이 책에서 독자가 찾을 지혜는 배우자를 지키는 본성이다. 저자는 동물의 세계에서 경쟁자들이 짝짓기 한 이성을 노리듯 인간 사회에서도 경쟁자들이 결혼한 배우자를 유혹할 기회를 노리고 있다고 말한다. 그만큼 배우자를 지키는 전술이 중요하다. 곤충이 가장 흔히 사용하는 전략 중 하나는 경쟁자들로부터 짝을 감추는 것이다. 수컷 사냥벌은 암컷이 내는 냄새를 따라 보금자리까지 찾아들어 간 뒤 다른 수컷들이 냄새를 맡지 못하게 하기 위해 암컷을 다른 곳으로 옮긴다. 벨리드 소금쟁이 수컷은 다른 수컷의 접근을 방지하기 위해 암컷과 교미하지 않을 때도 암컷을 꽉 잡고서 몇 시간 혹은 며칠을 암컷 등 위에서 지낸다.
그러나 인간이 이런 식의 배우자 지키기 전술을 쓰는 것은 원시적이고 폭력적이다. 인간은 여러 전략들을 진화시켰다. 그 심리적 장치는 질투다. 질투는 배우자를 지키는 전략을 사용할 때임을 알리는 경보다. 인간은 다른 포유류 수컷에 비해 자식에게 투자를 많이 한다. 따라서 배우자가 다른 이성과 바람이 날 경우 손해가 크다. 이런 위협을 감소시키거나 제거하지 못하면 번식상의 손실뿐 아니라 사회적 지위와 체면에도 금이 간다. 진화생물학은 “나중에 다른 이성을 유혹할 때도 커다란 지장을 준다”고 말한다. 이를 막기 위해 인간이 성적 질투를 발전시켰고, 배우자가 다른 이성과 바람날 조짐을 간파하게 만들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질투는 살인이나 폭력 같은 극단적인 결과를 초래할 때도 있지만 진화생물학이 추천하는 해결책은 배우자의 욕망을 채워주는 것. 즉 처음 짝짓기를 할때처럼 배우자의 환심을 사기 위한 전략을 사용하는 것이다. 가장 쉬운 전략은 배우자와 처음 연애할 때 했던 행동을 하는 것이다.
여성은 배우자로부터 사랑과 친절을 바라기 때문에 남편이 사랑과 친절을 베푸는 행동이 여성의 바람기를 막는 데 유용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저자가 대학생 102명과 신혼부부 210쌍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아내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아내가 필요할 때 도움을 주는 행동이 가장 효과적인 전술(7점 만점에 6.23점)로 평가됐다. 이 조사에 따르면 남성은 배우자의 신체적 매력을 중시하기 때문에 배우자를 지키는 여성들의 주된 전략은 외모 가꾸기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