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 사용을 얼마나 줄이느냐는 그린홈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국내 건설사들은 최근 태양광을 이용한 전기생산 같은 친환경 에너지 기술을 아파트에 적용하고 있다. 사진은 대림산업이 서울 성북구 정릉동 ‘정릉 2차 e-편한세상’에 설치한 태양광 발전시스템으로 단지 내 가로등을 밝힌다. 연합뉴스
태양열 - 바람으로 전기 만들고 빗물로 냉방
에너지 덜 먹는 친환경 주택이죠
정부 ‘그린홈 100만호 정책’ 내세워
경기부양 - 오염감소 두 토끼 노려
건설사들 앞다퉈 연구개발 투자
정부가 올해 초 녹색 뉴딜 정책의 핵심 사업 중 하나로 ‘그린홈 100만 호’ 보급을 발표하면서 그린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 정책을 통해 정부는 2018년까지 그린홈 100만 채를 새로 짓고 기존 주택 중 100만 채를 그린홈으로 개·보수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그린홈이란 ‘그린(녹색)’이란 단어에서 느낄 수 있듯 친환경주택을 말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냉방, 난방, 조명 등을 사용할 때 화석연료 소비를 최소화한 주택입니다. 이를 통해 이산화탄소 배출도 가급적 줄이자는 것이죠. 또 집을 만드는 각종 건축자재도 최대한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 주택입니다. 한마디로 그린홈은 환경오염을 일으키지 않거나 최소화한 주택인 거죠. 그래서 친환경주택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우스갯소리로 그린홈을 ‘기름 덜 먹는 집’으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그린홈은 아직 익숙한 개념이 아닙니다. 그러나 외국에서는 꽤 오래전부터 연구와 보급이 진행돼 왔습니다. 전통적으로 환경오염과 이에 따른 기후변화에 민감한 유럽에서는 이미 2001년 ‘초에너지절약주택 시범보급 사업(CEPHEUS)’ 프로젝트가 실시됐습니다. 이를 통해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을 중심으로 1만 채 이상의 초에너지절약주택(패시브 하우스)이 보급됐죠. 영국 정부도 지난해 그린홈을 대거 보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영국 정부는 재생에너지 이용을 10배 늘리겠다고 하면서 2016년부터는 새로 짓는 모든 주택이 ‘탄소제로’를 달성해야 한다는 규정을 만들었습니다.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고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주택들의 뿌리를 뽑겠다는 뜻이죠.
한국 정부가 그린홈 보급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려는 배경에는 이런 국제적인 추세도 반영돼 있습니다. 기후변화와 환경오염 등에 대한 국제적 대응 수준이 높아지는 현실 속에서 한국 역시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방향으로 건설 관련 정책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그린홈 보급 정책은 글로벌시대의 산업 및 주택정책이 국내 상황만을 반영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 주는 좋은 예이기도 합니다.
정부가 그린홈을 대거 보급하려는 이유에는 또 친환경주택 보급이 우리 경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우선 그린홈 보급은 건설사들의 경영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최악이란 표현을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악화된 주택경기 침체로 많은 국내 건설사가 경영난을 겪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린홈 보급은 건설사들에 좋은 사업소재가 될 수 있습니다. 본격적인 그린홈 건설이 시작되면 일자리도 크게 늘릴 수 있습니다. 건설업은 여전히 고용 효과가 좋은 대표적인 업종으로 꼽히기 때문이죠. 고유가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것도 그린홈의 장점입니다. 에너지 자원이 부족한 한국에서 고유가는 늘 언제 어떻게 경제의 발목을 잡을지 모르는 위험요소입니다. 그러나 화석연료 소모가 일반 주택에 비해 아주 적은 그린홈은 고유가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습니다.
요즘 건설사들 사이에선 그린홈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 최악의 경영난을 겪고 있지만 많은 건설사가 친환경주택과 관련된 연구개발(R&D)에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습니다. 조직 축소와 비용 절감이 강조되는 현실 속에서도 많은 건설사가 친환경주택 연구 관련 부서를 신설하고 인력을 확충하고 있습니다. 더 빨리 ‘기술 전수’를 받기 위해 우리보다 그린홈의 역사가 길고 관련 기술이 앞서 있는 외국의 유명 전문가를 초빙한 회사도 있습니다.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에 대한 국제적인 추세와 유가에 민감한 우리 경제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그린홈 개발과 보급은 계속 활성화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는 에너지 소비량 또는 탄소 배출량이 ‘좋은 집’과 ‘나쁜 집’을 구별하는 기준 가운데 하나로 여겨질지 모릅니다.
그린홈이 일반화되기 전에도 집에서 TV 시청과 냉난방 사용 등 에너지 소비를 자제하는 생활습관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겠죠?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