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기업과 가계 두 부문의 재무 건전성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의 채무부담 상환능력이 통계 작성 이후 최악인 것으로 분석됐지만 한국은행은 기업의 신용 위험이 가계보다 높은 것으로 분석했다.
한은이 28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국내 상장기업의 영업이익률은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라 수요가 줄고 제품 단가가 하락하면서 전년보다 0.7%포인트 낮은 5.9%로 집계됐다. 상장기업의 순이익률은 2.5%로 2007년의 6.0%에서 3.5%포인트나 급감했다. 원화가치 하락에 따라 외화로 들여온 부채의 평가손실과 파생상품 손실이 크게 늘면서 순이익률이 급감했다.
재무건전성 지표도 크게 악화됐다. 지난해 대기업의 부채비율은 102.5%로 2007년 82.6%보다 높아졌고 중소기업의 부채비율도 2007년 69.1%에서 지난해 82.1%로 상승했다.
김일환 한은 안정분석팀장은 “기업의 채무부담 상환능력이 크게 악화됐지만 정부와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쏟아 부어 일단 급한 불은 끈 상태”라며 “하지만 글로벌 금융 불안이 지속될 경우 재무건전성이 낮은 기업을 중심으로 도산이 크게 늘 수 있다”고 말했다.
가계의 채무부담 상환능력도 사상 최악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국내 가계의 금융부채는 802조 원으로 2007년(743조 원)에 비해 7.9% 늘었다. 금융부채를 가처분소득으로 나눈 배율은 1.40배로 2002년 관련 통계 작성 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비율도 2007년 43.3%에서 지난해 47.8%로 늘었다. 부동산, 주식 등 자산가격이 하락하는데 실질소득은 늘지 않아 가계가 체감하는 금융부채 부담이 더 커진 것이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