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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받은 인사들, 盧소환 앞두고 말바꿔

입력 | 2009-04-29 03:02:00

盧 찾아간 이해찬 前총리28일 오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를 방문한 이해찬 전 국무총리(오른쪽)가 면담을 마친 뒤 김경수 비서관의 배웅을 받으며 사저를 나서고 있다. 이 전 총리는 “(노 전 대통령이) 모레 검찰에 나가시니까 안타까워서 인사차 방문했다”고 밝혔다. 김해=최재호 기자


박연차 앞에선 혐의 시인… 법정 가선 “朴 진술, 사실과 다르다”

28일 서울중앙지법 425호 형사법정.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불법 선거자금 10억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송은복 전 경남 김해시장의 첫 공판이 열렸다.

검사는 “송 전 시장이 박 회장으로부터 2006년과 2008년 2차례에 걸쳐 5억 원씩 불법 선거자금을 받았다”고 밝혔다. 송 전 시장은 검사의 공소 사실 낭독이 끝나자마자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검찰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2006년 4월에 5억 원을 선거자금으로 빌린 뒤 2, 3일 만에 바로 돌려줬고 2008년에는 아예 돈을 받지도 않았다”고 반박한 것. 그는 이어 “돈을 받았다면 당시 통화기록 등이 있어야 하는데 검찰은 송신 기록조차 확보하지 못했다. (검찰이) 박 회장의 단순한 진술만으로 수사를 했다”고 말했다.

○ ‘박연차 리스트’ 피고인들, 박 회장 진술 일제히 부인

30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조사를 앞두고 박 회장에게서 불법 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들이 법정에서 박 회장의 진술을 정면으로 부인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의 혐의 사실은 대부분 현금이나 달러로 건네받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계좌 추적 결과 같은 물증은 없다. “금품을 건넸다”는 박 회장의 진술이 이들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가장 중요한 증거다.

그러나 검찰에서 혐의를 시인했던 피고인들까지 태도를 바꾸면서 검찰은 적잖이 신경 쓰이는 눈치다. 노 전 대통령의 혐의도 박 회장의 진술이 가장 결정적인 증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연차 리스트’에 연루돼 먼저 기소된 피고인들에 대한 재판 결과는 노 전 대통령 수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만약 법원에서 박 회장의 진술이 신빙성이 없는 것으로 흔들리기 시작하면 노 전 대통령 수사도 양상이 달라진다.

28일 송 전 시장 공판 직전에 열린 이정욱 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의 공판도 비슷했다. 박 회장에게서 불법 선거자금 7억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 원장은 “2억 원을 받은 혐의는 인정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 씨를 통해 박 회장의 돈 5억 원을 받은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변호인도 “검찰이 박 회장의 진술만 믿고 이 전 원장이 받은 2억 원의 출처를 혼동하는 것 같다”고 거들었다.

○ 검찰 “증거 있어 기소했다”

홍만표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증거가 있어서 기소했다. 앞으로 재판 과정을 지켜보면 알게 된다”며 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박 회장 등에게서 불법 정치자금 2억여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광재 민주당 의원과 인사 청탁 명목 등으로 상품권 1억 원어치를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박정규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도 각각 23, 24일 공판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이 의원은 “박 회장으로부터 한 푼도 받지 않았다”고 했고 박 전 수석은 “술에 취한 사이 박 회장이 상품권을 주머니에 넣었지만 돌려주려 했다”고 했다.

‘박연차 리스트’에 오른 이들이 대부분 공판 과정에서 혐의를 부인하고 나섬에 따라 박 회장의 증인 출석은 불가피해졌다. 박 회장이 검찰 조사 때와 다를 바 없이 구체적이고 명확한 증언으로 이들 피고인을 압도할 것인지, 아니면 일부 진술이 흔들릴지 새삼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편 28일 오후 2시에 열린 박 회장의 4차 공판은 윤윤수 휠라코리아 사장 등 증인 2명이 출석하지 않아 다음 달 19일로 미뤄졌다. 박 회장은 법정에 나와 10분가량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가 서울구치소로 돌아갔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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