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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지표호전 비결 뭐냐” 관심 쏟아져

입력 | 2009-04-29 03:03:00

27일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외국인투자자의 뜨거운 관심 속에 한국 경제 투자설명회가 열렸다. 기획재정부 주최로 열린 이날 설명회에서 정부는 “전력 생산, 고속도로 통행, 백화점 매출 등 각종 지표로 볼 때 한국 경제가 바닥 근처에 다다랐다”며 “지금이 투자 적기”라고 강조했다. 사진 제공 기획재정부

허경욱 기획재정부 1차관이 한국 경제의 건전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美투자자들, 외화 유동성 우려

기업대출 부실 확대 가능성 지적도

“한국 경제가 반등했다고 볼 수 있는가.” “경상수지는 흑자를 낼 수 있는가.” “은행들의 건전성에는 문제가 없는가.” “한국에 투자해도 괜찮은 시점인가.”

27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포시즌스호텔. 기획재정부가 월가의 외국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개최한 한국 투자설명회(IR)에서 설명회장을 가득 메운 150여 명의 투자자가 한국의 경제성장률 추이, 수출 증가율, 은행권의 부실대출 규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위기설’에 시달리던 한국 경제가 예상외로 빠르게 호전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한국 경제에 대한 외국인투자자들의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케 했다.

이날 행사를 주관한 씨티그룹 제프리 셰이퍼 글로벌뱅킹담당 부회장은 사회를 맡아 행사 시작을 알리면서 “한국은 1분기(1∼3월)에 0.1%의 플러스 성장률을 보였고 이달 초에는 30억 달러의 외평채 발행에도 성공했다”며 “여러분은 적절한 시점에 한국 경제에 대해 폭넓은 설명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셰이퍼 부회장의 소개를 받아 연단에 오른 허경욱 재정부 1차관은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한국 경제가 바닥 근처에 다다랐으니 지금 투자하라”고 권고했다. 허 차관은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 대비 0.1% 증가해 세계 주요국 가운데 가장 먼저 반등했다”고 다시 강조하며 “한국 경제가 바닥을 쳤다고 확언하기는 어렵지만 바닥 근처에 다다랐음은 틀림없다. 한국은 이번 글로벌 위기에서의 탈출을 주도하는 리더 국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 차관은 이어 한국 경제의 현황과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상세히 소개했다. 특히 외국인투자자들이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불안요인으로 지목해 왔던 대외 채무와 외화 유동성에 대해 “외환보유액은 금년 들어 다시 증가하면서 세계 6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총외채 3805억 달러 가운데 27%는 선박수출 선수금, 환헤지용 외채 등 상환 부담이 없는 외채”라고 강조했다.

허 차관의 설명이 끝난 후 도이체은행 프레드 브레츠슈나이더 글로벌경제담당 이코노미스트의 사회로 진행된 질의응답 시간에는 허 차관의 설명만으로는 한국 투자를 결정하기에는 부족하다는 듯 외국인투자자들의 다양한 질문이 이어졌다. 한 투자자는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는 한미 FTA 비준과 관련해 미국 자동차 업계를 의식한 듯 특히 자동차 분야의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며 “한미 FTA 비준을 어떻게 전망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허 차관은 “한미 FTA는 여러 분야의 균형을 맞춘 것이다. 1개 조항을 바꾸려면 전체 내용을 모두 다시 검토해야 하는데 이는 매우 어려운 문제”라고 답했다.

외화 유동성과 은행 건전성 등에 대한 질문도 꼬리를 물었다. 한 투자자는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충분하고 경상수지 흑자도 자신하고 있는데 국제유가가 급등할 경우 어떻게 되느냐”며 한국 정부의 낙관적인 전망에 대해 우려 섞인 질문을 하기도 했다. 또 다른 투자자는 “한국의 은행들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12.2%로 높은 수준이고 부실채권 비율도 외환위기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고 하는데 글로벌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기업의 실적이 악화되면서 기업대출 부실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투자자들은 국제통화기금(IMF)의 탄력대출제도를 활용해 자금 지원을 받을 계획은 없는지, 경상수지 흑자로 달러 유입이 늘어날 경우 환율 정책은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 공기업 민영화는 앞으로 어떻게 추진되는지 등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였다. 허 차관은 “IMF 자금 지원은 전혀 받을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으며 “한국 정부는 구체적인 환율 수준을 염두에 두고 정책을 운용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2시간 동안 진행된 IR 행사가 끝난 후 허 차관은 뉴욕 특파원들과 만나 “정부가 현재의 경제 상황을 장밋빛으로만 보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외국인투자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조금 낙관적인 톤을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