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경 일부 허용 추진” vs “무차별 포획 뻔하다”
울산에서 또다시 포경 허용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김두겸 울산 남구청장이 28일 “6월 포르투갈에서 열리는 국제포경위원회(IWC)에 참석해 포경 허용을 공식 요구하겠다”고 밝히자 환경단체 등이 반발하고 있다.
○“이젠 고래잡이 허용해야”
김 남구청장은 “6월 15일부터 27일까지 포르투갈 마데이라에서 열리는 제61차 IWC 연례회의에 한국의 자치단체장 자격으로 참석해 전통 식(食)문화 계승을 위한 ‘솎아내기 식 포경’을 허용할 것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1986년 IWC가 포경 금지조치를 내린 이후 한국은 그물에 걸려 죽은 고래만 먹어왔다”며 “하지만 동해를 공유하는 일본은 연구조사 명목으로 연간 1000마리 안팎의 고래를 잡고 있어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IWC는 현존하는 83종의 고래 가운데 대형 고래 13종에 대해서만 포경 금지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1985년 12월 고시된 포경 금지 규정에 ‘모든 고래를 잡지 말자’는 유엔의 신사협정을 수용해 모든 고래를 포획 금지 대상으로 지정했다. 김 구청장이 주장하는 솎아내기 식 포경은 IWC의 포경 금지 대상 13종을 제외한 돌고래 등을 잡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 전 국립수산진흥원 연구원인 변창명 씨(74)도 “포경이 금지된 1986년 이후 급증한 고래 떼가 오징어 등을 마구 먹어치우는 바람에 어장이 황폐하고 바다 생태계도 교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농림수산식품부 하영제 제2차관은 25일 울산 장생포 해양공원에서 열린 ‘고래의 날’ 선포식에 참석해 “한국도 포경을 일부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단계”라고 말해 주목을 끌었다.
○“여전히 포경은 시기상조”
울산환경운동연합 오영애 사무처장은 “한국 연안에 서식하는 고래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포경 허용을 요구하는 것은 한국을 반(反)환경국가라고 선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 시무처장은 또 “김 구청장이 주장하는 솎아내기 식 포경을 허용할 경우 IWC의 포경 금지 대상 고래까지 무차별로 포획할 우려가 높다”며 “고래관광 등 고래를 이용한 생태관광 사업을 활성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세계적 환경단체인 그린피스는 포경 재개 운동이 벌어지던 2005년 4월 캠페인 선박 ‘레인보 워리어’호를 장생포항에 정박시켜 포경 반대운동을 펼친 바 있다. 한편 포경 허용국이 되려면 해당 국가 해역의 고래 개체 수에 대한 과학적인 조사 결과를 IWC 과학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 과학위는 다시 5년간 정밀 검증과정을 거쳐 IWC 총회에 정식 의제로 상정한 뒤 회원국(72개국) 4분의 3 이상이 찬성해야 포경 허용국이 될 수 있다. 일본은 1992년까지 과학적인 조사를 마친 뒤 1994년부터 절차를 밟기 시작해 2003년부터 연구용 포경 허용국이 됐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