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성과급 무조건 깎기보단
‘중장기 보상 시스템’ 마련을
근래 자주 눈에 띄는 기사 가운데 하나가 ‘OO기업 임원 보상 OO% 삭감 결정’이다. 이런 기사를 보면 많은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생각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임원들로선 어려운 시기에 자신의 살을 깎는 각오로 열심히 일하겠다는 신호이기도 하고, 회사 차원에서는 비용 절감 등을 통해 먼저 모범을 보이겠다는 것이다. 어쩌면 회사가 어려울 때 경영진이 직원들에게 허리를 90도로 숙이고 양해를 구하는 일본 기업문화의 독특한 정서도 연상된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인 임원들로서는 억울한 일이다. 글로벌 위기는 나의 성과와 상관없이 금융권의 리스크 관리 소홀 때문에 일어난 것인 데다, 한국 기업은 공적자금을 받지도 않는데 말이다. 세금으로 충당한 공적자금을 받는 미국 금융 기업의 경영진이 성과급이나 과도한 보상을 받는 데 제동이 걸리는 분위기에 휩쓸려 경영환경이 전혀 다른 한국에서도 기업이 임원의 연봉을 삭감하는 셈이다. 물론 글로벌 경제 침체로 한국 회사의 매출이 줄어들어 나타나는 현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임원에 대한 보상은 회사와 임원의 자존심이다. 직원들에게 임원은 꿈이고 도전해야 할 모델이다. 강한 동기 부여가 되기도 한다. 더 중요하게는 임원들의 보상은 회사의 중장기 경영성과에 연계돼 앞으로 더 나은 성과를 만들 수 있는 씨앗인 셈이다. 일방적인 연봉 삭감은 성과를 내는 임원을 실망시킨다. 경기가 좋아질 때 다른 기업에 핵심 인재를 잃을 수 있는 리스크도 있다.
기업이 지금 해야 할 것은 임원 ‘보상 수준’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보상에 대한 ‘구조 조정’이다. 임원들이 불황을 이겨내고 언젠가 돌아올 호황에 더 큰 성과를 가져오도록, 중장기 성과 위주로 보상 방식을 개선해야 하는 것이다. 어려울수록 임원들에게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임원들이 움직이는 방향대로 회사는 불황의 터널을 통과할 것이며, 불황기에 어떤 준비를 하느냐에 따라 그 터널 이후 다른 성과가 나오게 된다.
언젠가 경기는 다시 회복된다. 임원들이 어려울 때 실망하지 않도록, 오히려 미래를 더 잘 볼 수 있도록 현명하게 보상해 주어야 한다. 임원들이 중장기 성과를 위해 오늘 신나게 일할 수 있도록 씨앗을 많이 심자. 이런 기업이 높은 성과를 내는 조직이고 좋은 기업이다.
김동철 휴잇어소시엇츠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