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9, 10일 내한연주회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지휘자
파비오 루이시
“루이시입니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를 이끌고 다음 달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 서는 지휘자 파비오 루이시 씨(50)는 저 멀리 독일 드레스덴에서 경쾌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2007년 이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 겸 예술감독에 취임한 루이시 씨는 참신한 해석과 장악력으로 유럽 클래식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는 올해 한국을 찾는 해외 오케스트라 가운데 첫손에 꼽히는 최고(最古) 명문 악단이다. 1548년 창립해 올해로 461년을 맞았다.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1842년, 베를린 필이 1882년에 창단됐다.
“길고 긴 세월 동안 수많은 음악가가 드레스덴을 거쳐 갔습니다. 모국인 이탈리아 음악가들을 포함해서요.(웃음) 뛰어난 음악가들과 강력하고 끈끈한 유대관계를 유지하면서 뛰어난 앙상블을 선보였지요. 드레스덴만의 독특한 음색은 오랜 역사가 빚어낸 소리입니다.”
이 오케스트라는 두 차례 한국을 찾았다. 2000년에는 주세페 시노폴리(2001년 작고) 지휘로 슈베르트와 말러를, 2006년에는 정명훈 씨와 함께 베토벤과 브람스의 곡을 연주했다. 이번 내한공연이 남다른 이유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1864∼1949)의 곡을 들고 온다는 점이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별명이 바로 ‘슈트라우스 오케스트라’이기 때문이다.
“슈트라우스는 드레스덴의 역사와 나란히 놓이는 이름입니다. ‘살로메’ ‘엘렉트라’ ‘장미의 기사’ 등 9편의 오페라를 드레스덴과 함께 초연했습니다. ‘알프스 교향곡’을 드레스덴에 헌정하기도 했고요. 60여 년간 관계를 이어왔습니다. 슈트라우스의 곡만큼은 가장 뛰어난 사운드를 낸다는 믿음이 우리 오케스트라에 깊숙이 배어 있습니다. 지휘자로서도 풍부하고 다채로운 선율을 담은 슈트라우스의 곡을 좋아합니다.”
루이시 씨는 5월 9일 연주하는 ‘영웅의 생애’는 마지막 부분을 바이올린 솔로로 조용히 끝낸다. 보통 장대한 팡파르로 마무리하는 연주회가 많지만 작곡가의 본래 의도를 살리기 위한 것. 10일에는 ‘틸 오일린슈피겔의 유쾌한 장난’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부를레스케’와 함께 파이프오르간으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연주한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는 소니 클래식을 통해 슈트라우스 관현악곡 전곡 녹음이라는 장기계획도 세웠다. 지금까지 2장의 음반이 출시됐다.
이번 공연의 협연자는 피아니스트 임동혁 씨의 미국 줄리아드음악원 스승인 이매뉴얼 액스 씨. 루이시 씨는 “수년 전부터 알고 지내온 친구이자 놀라운 연주자”라면서 “그와 호흡을 맞춰 연주할 생각을 하니 행복하다”고 말했다.
“제가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은 최고 음악을 만들고, 또 스스로 그 음악을 즐기는 것입니다. 저는 늘 처음에 지휘자로 오페라하우스에 들어섰을 때의 느낌을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지휘자와 오케스트라는 우리 앞에 앉은 소중한 관객을 위해 연주 시간만큼은 온전히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의무이자 한국 공연의 목표입니다.”
5월 9, 10일 오후 7시 반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5만∼25만 원. 02-399-1114∼6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