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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석기자의 퀵 어시스트]43세 강동희 감독의 홀로서기

입력 | 2009-04-30 02:57:00


“애가 어른이 된 것 같아요.” 처음 감독이 된 소감을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감독이라는 호칭조차 아직은 몸에 거북한 새 옷을 걸친 듯 어색해 보였다. 이마에 깊게 파인 주름, 고슴도치 같은 헤어스타일에 해맑은 미소…. 마음씨 좋은 형 같은 이미지를 풍기던 그가 고독한 승부사가 됐다.

최근 새롭게 동부 지휘봉을 잡은 강동희 감독(43). 그는 한 시대를 풍미한 농구 스타였지만 2인자 신세였다. 선수 시절 그의 앞에는 20년 가까이 2년 선배 허재 KCC 감독(44)이 버티고 있었다. 강 감독이 중앙대에 입학한 1986년부터 이들은 호흡을 맞추기 시작해 실업과 프로를 거치는 동안 줄곧 황금기를 맞았다. 하지만 스포트라이트는 강한 카리스마를 지닌 허 감독에게 쏠렸다. 강 감독은 조용히 코트 안팎에서 도우미 역할을 자처했다. 2004년 허 감독이 화려한 은퇴경기를 치른 것과 대조적으로 강 감독은 며칠 후 조용히 코트를 떠났다.

지도자 변신 후 강 감독은 전창진 KTF 감독(46·당시 동부)의 그늘에 가렸다. 세 차례 정상에 오른 지도력과 탄탄한 인맥을 지닌 전 감독을 4년 동안 코치로 보좌하며 철저하게 자신을 낮췄다. 두 누나를 둔 귀염둥이 막내였던 것도 누군가를 잘 따르는 그의 성격에 영향을 미쳤다. 전 감독의 적극적인 권유가 없었다면 이번에 감독 자리도 고사하려 했다. 이런 과거에 대해 강 감독은 “오히려 내게는 큰 행운이었다. 뛰어난 선배와 지도자 곁에서 많이 배웠다. 서로의 발전을 위한 동반자 관계였다”고 말했다.

두 아들을 둔 40대 중반의 가장이 된 강 감독은 이제 코트에서 홀로서기에 나선다. 호형호제하던 허재, 전창진 감독과도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한다. 풍부한 실전 경험과 끈끈한 친화력은 그만의 장점이다. 과정을 중시하는 농구를 펼치겠다는 각오도 신선하다. “농구 인생의 마지막 시험대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최고를 향한 도전으로 내 존재를 확인하고 싶습니다.” 초보 감독은 막 걸음마를 시작했지만 마음은 벌써 저만치 달려가고 있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