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 재·보궐선거 개표 상황을 지켜보던 정세균 대표(위쪽 사진)가 웃고 있는 반면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가운데 사진)는 무거운 표정을 짓고 있다. 이날 선거에서는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영향력이 여전하다는 사실도 입증됐다. 박 전 대표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주변을 돌아보고 있다. 김경제 기자·연합뉴스
“신건 당선자와 함께 보금자리로 돌아가겠다”
丁대표 “당 정비해 야당역할 다할것” 애써 외면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국회의원으로 돌아왔다. 정동영 당선자의 원내 복귀는 열린우리당 의장이던 2004년 4월 17대 총선 과정에서 이른바 ‘노인 폄훼’ 발언 파문으로 비례대표 후보를 사퇴한 지 5년 만이다.
당의 대선 후보까지 지낸 그의 원내 진출은 ‘초라한 승리’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무소속 출마라는 강수(强手)까지 둬가며 이룬 승리다. 지난해 총선에서 서울 동작을 낙선의 고배를 마신 그는 ‘고향 출마’라는 쉬운 길을 택했다. 그러나 무소속연대를 이룬 전북 전주 완산갑 신건 후보를 ‘당선시켰고’, 무소속이라는 핸디캡 속에서도 70%가 넘는 득표율을 올려 ‘거물’로서 힘을 확인했다.
사실 그의 당선은 자신의 첫 지역구이자 15, 16대 총선에서 전국 최다득표율을 기록했던 전주 덕진 출마를 선언했을 때 예견됐던 일이다. 오히려 그의 성공을 가늠하는 지표는 완산갑이었다. 그와 무소속연대를 형성한 신 후보의 지지도는 선거 초반 민주당 이광철 후보에게 2배 이상 뒤졌다. 그러나 19일 두 사람이 무소속연대를 선언하자 신 후보의 지지도는 급속히 올라갔고 예상 밖의 낙승을 거뒀다.
정 당선자는 신 후보와 함께 30일 민주당에 복당 신청서를 낼 예정이다. 그는 이날 밤 전주 객사에서 신 후보와 함께한 당선사례 집회에서 “나와 신 당선자가 보금자리로 돌아가 야당 체질을 강화하겠다”며 복당 의지를 재천명했다. 민심이 그의 공천 배제가 잘못됐음을 입증했고, 민주당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자신의 주장에 동의했다는 자신감에 따른 것이다. 이 때문에 그동안 “복당은 없다”고 거듭 천명한 당 지도부와의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날 정세균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제1야당으로서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당을 잘 정비해 나가겠다”고 말해 정 당선자의 복당은 안중에 없음을 시사했다. 정 당선자의 무소속 출마로 격심한 내홍을 겪었던 민주당은 그의 복당 문제로 또 한 차례 시끄러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고향이 정 당선자를 살렸다’는 사실은 되레 그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전주 민심은 그에 대한 동정론도 적지 않았지만 그의 무소속 출마를 마뜩잖게 생각하는 쪽도 상당하다. 따라서 그의 향후 행보가 민주당 내부의 권력다툼 양상으로 비친다면 여론이 그에게서 등을 돌릴 수도 있다. 그의 한 측근은 “정 당선자가 이제부터는 낮은 자세로 민심을 얻고 외연을 넓히는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북 순창(56) △전주고, 서울대 국사학과 △MBC 정치부 차장, 주말뉴스 앵커 △15, 16대 국회의원 △통일부 장관 △열린우리당 당의장 △통합민주당 대선 후보
전주=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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