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수 총리(가운데) 부부가 30일 모범 다문화가족을 서울 종로구 삼청동 공관으로 초대해 오찬을 하기 전 정원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한승수 총리 다문화가정 15쌍 초청 오찬
“한국은 이제 여러분에게 ‘남의 나라’가 아닙니다. 여러분이 뼈를 묻고 훗날 자손들이 제사 지내줄 나라입니다. 그동안 서운한 점이 있었더라도 잊어주세요.”
한승수 국무총리와 부인 홍소자 여사는 3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공관에서 다문화가정 부부 15쌍을 초대해 점심을 함께했다. 베트남 일본 필리핀 몽골 등에서 한국으로 ‘시집 와’ 살고 있는 여성들은 모처럼 이뤄진 남편과의 나들이에 들뜬 표정이었다.
한 총리는 “수천 년 동안 우리 민족끼리만 살아왔지만 이제는 우리 문화가 다른 문화와 섞여야 더 발전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여러분들이 다른 문화를 가져와 우리 문화를 풍성하게 만들어주고 있는 것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처럼 한국에서도 여러분의 자녀가 장관이 되고 대통령이 될 날이 꼭 올 것”이라며 “자신감을 갖고 자녀들을 훌륭하게 키워 달라”고 격려했다.
어려운 점이나 정부가 도와줄 것이 있으면 얘기해보라는 총리의 말에 참석자들은 입을 모아 ‘자식 키우기’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엄마들이 한국어에 서투르다보니 자녀들까지 말을 제대로 배우지 못하는 ‘언어 장벽의 대물림’을 극복할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달라는 요청이 많았다.
강원 홍천군의 김모 씨와 몽골에서 온 A 씨 부부는 “일곱 살 난 아이가 아직도 말을 잘 못해 검사를 받아보니 ‘유사자폐’라는 판정이 나왔다”며 “심리치료와 언어치료 전문가들을 전국의 다문화지원센터에 배치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보건복지가족부 관계자는 “그렇지 않아도 7월 1일부터 전국 100여 곳의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다문화가정 자녀 언어교실을 열어 언어장애가 있는 어린이에게 36주 동안 무료로 언어 치료·지도를 할 계획”이라고 답변했다. 한 총리도 “다문화가정의 자녀는 한국말을 배우기 쉽지 않지만 아빠와 엄마 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모두 익힐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긍정적인 면도 잊지 말라”고 조언했다. 그는 “정부는 올해부터 14만 가구의 다문화가정을 전수 조사해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챙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