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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그림책은 ‘구간이 명간’

입력 | 2009-05-02 02:57:00


《‘세살 버릇 여든 간다’는 속담은 책 읽는 습관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아이를 낳기 전부터 ‘자녀의 첫 책’인 그림책을 고민하는 부모가 많은 것도 그 때문. 5일 어린이날을 앞두고 어떤 그림책이 부모와 아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지 알아봤다. 출간 1, 2년의 독자 반응이 책의 판매를 결정짓는 성인 도서와 달리 어린이 그림책은 ‘구간(舊刊)이 명간(名刊)’이라는 점이 두드러진 특징이다. 》

어린이책 베스트셀러 살펴보니…

인터넷서점 ‘예스24’의 판매량을 보면 ‘그림책 베스트셀러 20위’에는 출간된 지 4년 이상인 책이 12권이나 됐다. 20위권에 든 책들은 출간된 지 평균 6.5년이 된다. 올해로 출간 21년째인 ‘달님 안녕’, 16년째인 ‘누가 내 머리에 똥쌌어?’, 15년째인 ‘곰 사냥을 떠나자’, 13년째인 ‘강아지똥’, 10년째인 ‘잘 자요 달님’ 등 5권은 1980, 90년대 출간된 책들. 지난해 판매량 100만 부를 돌파한 ‘달님 안녕’을 낸 한림출판사 박은덕 기획편집팀장은 “출간 당시 ‘이야기가 너무 단순하다’는 엄마들의 반응 때문에 한동안 창고에 재고를 쌓아둘 수밖에 없었는데 ‘아이가 좋아하더라’는 서평이 하나둘 인터넷에 올라오면서 인기를 모았다”고 했다.

‘곰 사냥을 떠나자’와 ‘잘 자요 달님’을 낸 시공주니어 김정선 유아팀장은 “책을 낼 때부터 반응이 나쁘진 않았지만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는 데에는 4, 5년 이상의 꾸준한 평판이 필요했다”고 했다.

출판계는 어린이 책은 신간보다 검증을 거친 오래된 책이 잘 팔리는 경향이 있다고 본다. 웅진주니어 김난지 유아임프린트 주간은 “어린이 책은 신간 출간을 계기로 집중적으로 마케팅을 하기보다는 대체로 일정한 시간을 두고 공을 들여 한 권의 책에 대한 좋은 인식을 형성하도록 노력한다”고 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소재를 다룬 그림책이 많은 사랑을 받았다. 판매순위 1위인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는 부모가 아이를 사랑한다는 줄거리를 깜찍한 캐릭터의 그림으로 풀어낸 책이다. 책을 낸 보물창고의 최승호 마케팅팀장은 “가족의 사랑은 어린이 책의 고전적인 테마”라고 말했다. ‘누가 똥쌌어?’와 ‘강아지똥’은 아이들이 재미있어 하는 ‘똥’이 소재. 사계절의 김장성 그림책팀 편집주간은 “똥은 아이들이 말만 들어도 자지러지는 소재의 하나”라고 했다. ‘누가 똥쌌어?’는 작고 귀여운 주인공 두더쥐가 자신의 머리에 똥을 싼 범인을 찾아내 앙증맞게 복수하는 내용. ‘강아지똥’은 자신이 필요하지 않은 존재라며 괴로워하는 강아지똥이 민들레가 꽃을 피우는 데 반드시 필요한 거름이라는 걸 깨닫는다는 이야기다.

‘괴물들이 사는 나라’와 ‘공룡화보 100’은 아이들에게 무서우면서도 흥미로운 괴물과 공룡이란 소재 자체의 힘이 크다고 출판사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괜찮아’는 작지만 힘이 센 개미와 가시가 있지만 무섭지 않은 고슴도치 등 곤충과 동물을 등장시켜 누구나 장점이 있다고 얘기한다.

비평가들의 호평이 책 구매자인 엄마들을 끌어 모은 책은 앤서니 브라운의 ‘돼지책’. 책을 낸 웅진주니어의 김난지 주간은 “번역 전부터 국내 비평가들 사이에서 엄마와 여성의 관점에서 가정을 바라본 책으로 회자됐던 그림책으로 출간 후 엄마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며 “‘앤서니 브라운’이라는 작가의 이름을 한국에 널리 알린 책이었다”고 했다. 같은 작가의 책 ‘우리 아빠가 최고야’를 2007년부터 단행본으로 내고 있는 킨더랜드 김종우 편집부장은 “작가의 이미지가 좋아 처음부터 기복 없이 꾸준히 팔리고 있다”며 “‘사나운 늑대도 무서워하지 않고 달리기도 잘하지만 때론 바보 같은 아빠’를 사랑하는 아이의 모습이 공감을 자아낸다”고 했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 좋은 그림책은…

○ 보기에 예쁘다고 무조건 좋은 그림책이 아니다=그림책의 그림은 책 내용과 맞아떨어지는 것이 가장 좋다. 화난 감정을 표현한다면 뾰족뾰족한 선과 강렬한 색깔을 쓸 수도 있다.

○ 그림책을 고를 때는 소리 내서 읽어 본다=반복적인 문장과 리듬감 있는 운율, 재미있는 의성어와 의태어가 풍부한 책이 읽어주기에 좋다.

○ 아이가 처한 상황과 심리에 맞는 책을 고른다=책을 통해 마음속에 남아있던 두려움이나 긴장 같은 감정을 해소할 수 있다.

○ 글자 없는 그림책이 더 많은 상상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아이들은 그림만 보면서 더 많은 상상을 한다. 글자 없이 그림으로만 이어진 그림책으로 아이에게 이야기를 만들어보도록 해보자. ○ 다양한 스타일의 그림책을 고른다=펜화나 색연필화, 수채화, 콜라주 기법 등등 다양한 스타일로 그려진 그림책으로 아이들은 미적 감수성을 기를 수 있고 입체적으로 사물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도움말=이선주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 김순례 ‘행복한 책읽기 독서 육아’ 저자, 한상수 독서운동단체 ‘행복한아침독서’ 이사장)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